숙성된 메트로배니아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사망여각(8Doors)을 향한 기다림은 길었다. 한 차례 장르를 바꿨고, 작년부터 데모 버전과 함께 개발 진척을 알렸다. 메트로배니아 2D 액션 플랫포머로 2021년 상반기 출시된다. 지난주 실시한 2차 CBT는 콘텐츠 추가와 최종 점검의 의미다.

스팀에 쟁쟁한 명작들이 몰려 있는 장르다. 할로우나이트나 오리 시리즈가 유명하고, 각종 인디게임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방대하면서도 촘촘한 맵 구조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만들기 어렵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망여각은 정성 들인 맵 구조를 이번 CBT에서 조금 더 구체화했다.

첫 CBT는 조작 숙련도가 준수하다면 1~2시간의 플레이타임을 요구했다. 같은 기준에서 새로 추가된 분량은 1시간 정도. 추가로 맵 곳곳에 숨겨진 장소와 도전요소가 있다. 스토리가 아직 초반 흐름인 만큼, 출시 버전은 훨씬 큰 분량으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2차 CBT는 저승에서 도망령이 된 아버지를 찾던 주인공 아름이 환생소로 향하는 이야기가 추가됐다. 아버지가 죽은 방식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도망령이 나타났다는 광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규 지역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 드러난다. 배경은 더욱 음침해졌고 색다른 패턴을 가진 망령들이 길을 막는다. 사망할 때 자폭 대미지를 주거나, 구르기로 뒤를 잡는 플레이 방식을 막아버린 경우도 있다. 덕택에 다소 단조로웠던 전투가 다양한 패턴으로 되살아났다.

1차 CBT 마지막에 받은 활은 이번에 필수 무기로 사용된다. 가시로 덮인 길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나무 망령을 쏴서 없애야 하고, 특정 망령 퇴치에도 유용하다. 무기와 기능 추가로 인해 맵 기믹도 다양해졌다. 

멀리 떨어진 레버를 쏴 길을 만들거나, 소환수 두꺽이의 주먹 날리기 등으로 새로운 길이 개척된다. 지난 CBT에서 다소 파편화되어 있던 맵 구조가 조금 더 촘촘하게 연계되면서 메트로바니아 특유의 탐험 요소가 늘었다.  

방대해진 월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맵 구조를 활용한 보스전도 갖춰진다. 2차 CBT는 멋모르고 깨운 불가사리에게 도망치는 타임어택 스테이지가 존재하는데, 오리와 눈먼숲의 성소 정화를 떠올리게 하는 긴박감을 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왔던 길을 최대한 빠르게 되돌아가야 해서 침착하면서도 빠른 컨트롤이 필요하다.

초심자 모드 추가도 긍정적이다. 사망여각이 가진 잠재력은 난이도가 어려워야 발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저승에 떨어진 아름의 이야기, 전통적 색채로 멋들어지게 구현된 아트워크도 기대 요소다. 컨트롤이 서툰 유저도 사망여각의 이야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는 유저층을 넓히기에 도움이 된다.

기왕 추가한 김에 완전히 난이도를 내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초심자 모드로 다시 플레이해 고관대면과 전투해봤는데, 저번 CBT에서 이미 한번 잡아봤는데 뚜렷하게 쉬워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미지가 약간 적게 들어오는 정도다. 개발력이 감당할 수 있다면 패턴에 변화가 들어가는 것이 가장 확실해 보인다.

사망여각은 완벽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메트로배니아가 될 가능성을 갖췄다. 2차 CBT는 아름이 불가사리에게서 탈출하고 광산을 향해 나아가는 부분에서 끝난다. 초반 이후를 향한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내년 상반기 오픈할 저승길 모험에 함께 탑승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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