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의 활용과 개척 사이에서, 게임사들은 갈림길을 맞이하고 있다.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을 뜻하는 IP는 문화콘텐츠의 핵심 무형자산이다. 게임에서는 이름을 비롯해 캐릭터와 세계관, 그리고 개발에 사용된 리소스를 통칭한다. 흥행 경력을 가진 게임은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기술력을 투입해 재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IP는 무엇보다 중요시됐다.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갈수록 새로운 세계관의 탄생은 줄어들었고, 과거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방식의 IP 재활용이 늘어났다. 한국게임의 획일화를 향한 우려도 있는 반면,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해석 역시 공존한다.

과거 IP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적 관점이다. 모바일게임이 성장하면서 수많은 신작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타율은 좋지 않았다. 한국게임 매출 상위권 중 최근 3년 내 등장한 신규 IP는 V4와 에픽세븐 정도다. PC 플랫폼은 로스크아크가 유일하다. 

반면 과거 흥행작을 모바일로 이식하거나 리메이크하는 작업은 최소 투자금 회수, 최대 '초대박'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리니지 IP가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사례고, 그밖에도 바람의나라와 R2처럼 과거 MMORPG의 모바일 귀환이 큰 사업 성과를 올렸다. MMORPG 신작들은 앞으로도 이런 공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매해 급증하는 대작 게임들의 개발비 규모가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몸집이 커진 만큼, 모험을 꺼리는 풍토가 강해진 것. 어느 기획자는 "웬만한 신규 IP 프로젝트는 사업 검토 단계에서 '컷'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수백억 단위가 움직이는 만큼 개발 결정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변하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홍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현상도 과거 IP 의존을 거들었다. 메조미디어가 발표한 2020 모바일 게임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국내 모바일게임 디지털 광고비는 총 1,208억원으로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대형 게임사들이 연이어 대작을 쏟아내고, 장르가 MMORPG에 집중되면서 경쟁 과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디지털을 포함해 TV, 신문 등 모든 광고매체로 대상을 옮기면 규모는 더욱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대 게임사의 올해 3분기까지 광고선전비만 7,5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년동기 17.9% 늘었으며, 가장 많이 증가한 업체는 158%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광고 공간에 많은 게임사가 동시에 뛰어들면서 광고 단가가 무섭게 상승했다"면서 "이미지를 떠나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익숙한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어떤 반응이든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알렸다.

"이제 복귀시킬 만한 과거는 전부 복귀시켰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IP는 한정된 자원이고, 재해석된 게임이 대중적으로 유의미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신규 IP 개척은 필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게임 IP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차별성을 잃어간다는 점도 지적 요소다. 서로 시스템 벤치마킹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모바일 MMORPG 사이 게임성에서 점차 동일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당장 효율적인 모델이지만, 향후 각 IP가 확장해나갈 때 몰개성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IP는 무한하지 않다. 장기적 확장을 위해서는 발전과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 현재 한국게임은 IP의 발전 모델을 수행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지금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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