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래프톤은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냈다. 

IPO(기업공개) 주관사 5개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나선데 이어, 신규 통합 법인을 설립해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했다. 새롭게 출범한 독립 스튜디오는 펍지, 블루홀, 라이징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총 4개사다. 

2년 연속 1조 매출 기록은 견조하다. 3분기 매출은 1조 2,3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이상 상승했다. 이중 모바일게임과 해외시장 매출 비중은 각각 79%, 93.2%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흥행이 주요했음을 알 수 있다. 

10일 출시한 신작 엘리온은 이용권 결제 방식임에도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했고 운영 또한 안정화되고 있다. 개발사 블루홀 스튜디오가 MMORPG 개발 전문 스튜디오로 전환되어 콘텐츠 업데이트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 게임 어워드 2020(이하 TGA)에서 공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데뷔작으로 해외 유저의 관심을 모았다. 글렌 스코필드, 스티브 파푸트시스 등 데드스페이스 개발진이 합류한 개발사에서 제작 중인 우주 배경의 서바이벌 호러게임이기 때문이다. 

시네마틱 영상에 따르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스페이스의 실질적인 계승작에 가깝다. 배틀그라운드와 동일한 세계관으로 아이작 클라크, 존 카버로 추측되는 이니셜과 CCTV에 적힌 데드스페이스 등장인물의 이름들을 영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렌 스코필드는 스튜디오 합류 소식을 발표하는 영상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스토리를 배틀로얄 장르를 뛰어넘는 환경으로 구현하겠다”라고 전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함께 공개된 탑다운 슈팅 게임, 썬더 티어 원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펍지 개발 스튜디오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의 신작도 개발 중이다. 프롤로그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벗어난 게임으로, 티저 영상을 제외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개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해외 개발자의 참여와 장르, 플랫폼 다변화는 크래프톤의 신작 라인업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동안 테라 PC버전은 퍼블리셔에서 서비스됐는데, 내년 1월부터 블루홀 스튜디오가 게임의 운영을 전담한다. 검은사막의 선례를 감안하면 이번 서비스 전환은 다수의 신규, 복귀 유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작 중심의 청사진이 시작부터 기대를 모은 것은 아니다. 미스트오버, 테라 히어로 등 몇 차례 도전이 있었지만 아쉬운 성적을 남겼고 배틀그라운드 ‘원히트원더’로 남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함께했다. 

이에 김창한 대표이사는 취임식 현장에서 “명작이 탄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제작 명가 비전과 명성을 공고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독립 스튜디오 출범, 신작 공개 등의 활동으로 계획을 뒷받침할 근거를 쌓고 있다. 

IP(지식재산권) 프랜차이즈 사업 기반 역시 다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단편소설과 영상으로 세계관을 확장 중이며, 김 대표이사 역시 관련 사업에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게임의 대중적인 인지도와 위쳐 시리즈의 선례는 배틀그라운드 OSMU(One Source Multi Use) 사업의 잠재력을 기대하게 만든다.

올해 크래프톤은 성장 기반과 기대감 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흥행, 다수의 신작은 ‘제작 명가’의 비전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MMORPG 전문 개발 스튜디오 설립, 해외 유명 개발자 영입 등의 강점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베스트셀러는 건재한 가운데 크래프톤은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한다. 탄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공개가 이뤄진다면, 회사가 크게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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