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넷마블은 'IP 독립'에 성공했다. 

넷마블은 IP 활용에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직접 보유한 IP를 성장시켜야 했다. 레볼루션 시리즈가 오랜 기간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리니지와 블레이드앤소울 등 타사 IP를 사용했기 때문에 고스란히 자신의 성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계약 갱신을 향한 부담도 있었다. 

IP의 '설움'은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9년 상반기 넷마블은 매출 1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671억원에 그쳤다. 타 게임사들에 비해 눈에 띄게 적은 이익률은 지급수수료 때문이다. 한 분기에만 2천억이 넘는 수수료를 지급했고, 그중 대부분은 IP 보유사에게 돌아갔다.

올해 들어 흐름이 반전됐다. 상반기 매출 1조 2,186억원에 영업이익 1천억을 넘겼다. 매출 상승도 호실적이지만, 가장 뜻깊은 부분은 영업이익 상승률이다. 추세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만 900억원에 육박하고, 4분기 실적 예측치는 더욱 높다. 자체 IP 신작들의 연이은 승승장구 덕분이다.

3월 A3:스틸얼라이브가 포문을 열었다. 2002년 PC온라인 A3을 모바일로 재해석했고, MMORPG와 배틀로얄을 융합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배틀로얄 콘텐츠는 정교한 게임성을 갖추면서 호평을 받았다. 모바일 MMORPG 대부분이 언리얼엔진으로 옮기는 사이 유니티엔진에 집중해 퀄리티를 극대화한 것도 비주얼 개성을 갖추는 원동력이 됐다.  

사전 다운로드 시작부터 앱스토어 인기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키웠다. 기대는 곧 성적으로 돌아왔다. 출시 일주일만에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2위와 3위에 올랐고 잊혀졌던 A3 IP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스톤에이지 월드가 뒤를 이었다. 원작 스톤에이지는 20년 전 출시해 전세계 회원 2억명을 보유한 인기 MMORPG였다. 넷마블은 2011년 라이선스를 인계받아 후속작 개발을 이어나갔다. 석기시대에서 공룡 펫을 포획해 함께 싸운다는 콘셉트는 스톤에이지 IP만이 가진 개성이자 강점이다. 

마구마구 2020 모바일은 넷마블의 캐주얼스포츠 장르를 강화한 라인업이다. 2006년 출시해 국민 야구게임으로 불린 마구마구를 모바일에서 본격적으로 구현했다. 라이브 카드와 선수거래 시스템을 무기로 출시와 동시에 매출 상위권에 올랐고, 지금까지 견실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원작의 SD캐릭터와 날씨 시스템, 역동적인 수비, 수싸움이 가능한 실시간 대전을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시켰다. 아프리카TV 인플루언서들과 적극 협력하면서 보는 게임의 재미를 살린 것도 좋은 결과로 되돌아왔다. 

넷마블의 주력 IP를 하나만 꼽으라면, 가장 많은 대답이 나오는 것은 ‘세븐나이츠’다. 세븐나이츠2는 앞으로 펼쳐질 세븐나이츠 유니버스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시도는 과감했다. 전작의 SD캐릭터와 턴제 전투를 버렸다. 20년이 흐른 미래 배경을 풀 3D 모델링으로 표현했고, 장르 역시 실시간 MMORPG를 결합했다. 공들인 시네마틱과 스토리, 화려해진 그래픽을 무기로 내세웠다. 한편 세븐나이츠의 본질인 캐릭터 수집과 덱 구성 시스템은 잃지 않았다.

결국 세븐나이츠2는 새로운 캐시카우의 등장을 알렸다. 11월 출시 이후 상승세를 달린 끝에 구글플레이 매출 3위에 안착했고, 지금까지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넷마블 4분기 전망을 밝게 만든 공신이다. 

모바일에 집중하되, 플랫폼 확장을 모색했다. 같은 달 출시한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는 넷마블의 첫 콘솔 도전작이다. 싱글플레이 RPG 장르에서 시간의 방랑자 바네사를 주인공으로 원작의 스핀오프 스토리를 다뤘다. 퀄리티가 특출나진 않았지만, 준수한 게임성과 치밀하면서 감동적인 스토리로 IP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외부 IP를 등한시한 것도 아니다. 넷마블의 전체 매출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그중 대부분은 마블 IP와 레볼루션 시리즈에서 나왔다. 올해는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가 글로벌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대박'을 터트리면서 해외 비중이 대폭 늘었다.

넷마블의 IP 활용능력은 내년 출시할 제2의나라: Cross Worlds에서 재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개발사 레벨파이브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협업한 '니노쿠니'를 모바일에 옮긴 MMORPG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카툰렌더링 그래픽, 킹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기대를 받는다.

넷마블은 2020년 자체 IP, 그리고 글로벌이 목표였다. 그리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 남은 것은 확장이다. 2021년 넷마블의 행보는 게임계의 대형 변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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