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찾아오면 소원을 빌게 된다. 개인도, 단체도 마찬가지다. 2020년 게임업계는 호황과 아픔을 동시에 겪었다. 그만큼 빌고 싶어지는 소원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문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게임은 뜻밖의 수혜 대상에 올랐다. 시장 규모와 수출 규모 모두 급증했다. 반면 게임계에 불어닥친 각종 사건과 논란은 업계인과 유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호재를 이어나가되 아픔은 치유할 필요가 있다. 2021년, 우리가 준비하고 바라야 할 화두는 무엇일까.

1. 게임법 전면 개정, 부디 빠르고 실효성 있게

필요성은 약 5~6년 전부터 제기됐다. 급변하는 게임산업 트렌드에 옛 법안이 따라가지 못하고, 낡은 규제가 많아 하나씩 수정하는 작업에 난관이 따랐다. 게임법 전부개정안 논의가 2019년 겨우 시작됐지만, 그나마도 속도가 느렸다.

작년 말 마침내 발의안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진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확률형아이템 표시 의무화를 비롯해 등급분류 간소화, 소규모 게임사 혜택, 국내대리인지정제 등이 포함된다. 올해 국회가 열린 뒤 논의를 시작하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게임 관련 규제는 대폭 풀렸다. 각종 플랫폼의 결제한도가 사라지거나 완화됐고, 대리게임이나 불법프로그램 등 신종 범법행위의 처벌 방안도 명확해졌다. 남은 것은 법 자체의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는 일이다. 트렌드에 맞춰나갈수록, 동시에 빠를수록 좋다.

2. '차세대 콘솔 시대' 한국게임도 가능성 보여주기를

불모지였던 한국 콘솔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고,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국게임 흥행작은 모바일 MMORPG에 편중되어 있다. 게임산업 실적은 우상향이지만, 안정성과 시장 개척을 고려할 때 다양한 플랫폼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임사들 역시 콘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20년 검은사막 콘솔판과 베리드 스타즈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블레스 언리쉬드는 처음부터 콘솔을 먼저 겨냥했다. 불모지에서 쌓아올린 노하우를 토대로 올해 본격적인 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다. 올 4분기를 목표로 개발 중인 AAA급 스탠드얼론 게임이다. 더게임어워드에서 공개한 트레일러는 국내외 유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그밖에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엔씨소프트이 프로젝트 TL,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X가 굵직한 기대작으로 꼽힌다.

중견 게임사들의 도전도 이어진다. 시프트업의 김형태 사단이 이끄는 프로젝트 이브는 최근 프로토타입 영상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과거 레이븐 개발을 총괄했던 유석호 NXN 대표의 차기작 라이즈(RISE) 역시 관심사다. 올해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 콘솔게임'이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3. '휴화산' 질병코드 논쟁, 합리적인 결론 나올 수 있을까

조용해졌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휴전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하기로 결정했고, 국내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 의견 대립이 발생하기도 했다.

질병코드 도입 검토를 위한 용역 연구의 결과가 작년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용역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되며 연구가 늦어지면서 올해 4월 이후로 연기됐다. 민관협의체의 실질적 논의 역시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논의가 멈춘 사이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변수로 작용했다. 언택트 시대 게임문화의 가치가 다시 조명을 받았고, 테드로스 WHO 총장 역시 SNS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중 하나로 게임을 권장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가 개정되기 이전인 2022년까지는 결정을 끝내야 한다. 올해 안에 큰 틀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4. 중국과의 게임 '공정무역'이 가능해지기를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위해 반드시 얻어야 하는 '판호'는 2017년 이후 한국게임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명확한 기준과 이유는 없었다. 한국 신작들이 중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중국게임들은 자유롭게 한국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로 인한 허위 및 선정적 광고와 책임지지 않는 서비스 문제가 불거져왔다. 

긴 순풍이 끝날 조짐은 보인다. 지난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중국의 외자판호를 발급받았다. 한국 게임사에게 판호가 발급된 것은 4년 만이다. 한번 길이 열린 만큼, 이후 대기하고 있는 게임들의 결과에도 기대가 몰린다.

중국게임의 무분별한 한국 서비스에 대해서도 규제안이 준비되고 있다.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은 한국에서 사업하기 위한 해외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을 반드시 지정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중국 시장은 무역 관점에서 최중요 거점이다. 4년간 신작 수출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기준 한국게임 수출액 중 40%는 중국에서 나왔다. 수출은 안 돼도 수입은 막을 수 없는 기묘한 불균형이 올해는 해소될 수 있을까.

5. "갈 길이 멀어요" 근무환경 개선 목소리

제도 개선은 꾸준히 있었다. 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고, 대형 게임사를 주축으로 탄력근무제 등 근무시간 개편과 복지 증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각종 편법과 위법을 통한 부당행위는 계속 불거졌고, 작년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실태조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근무시간 집계 시스템에 개입해 5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시키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권고사직을 시행하는 부당해고 사례도 잇따라 제보됐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소규모 업체는 재택근무 시행 때 일부 직원들에게 권유해 무급휴가로 처리하기도 했다"면서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인 셈"이라고 답변했다.

국내외 게임업계에서 과도한 '크런치 모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작년 5월 게임잡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계 응답자 중 72.2%가 자신이 '과로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1년간 연차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33.1%에 달했다. 새해는 더욱 많은 업계인들이, 자신의 권리에 따라 '워라밸'을 지키며 웃을 수 있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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