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이하 스컬)는 꼬마 스켈레톤 ‘리틀본’이 마족을 공격한 인간들에 맞서는 이야기다. 진부할 수 있는 구도임에도 로그라이트 장르와 리틀본 능력과 맞물린 게임성은 인디게임의 독특한 감성을 보여준다. 

기본 골자는 로그라이크의 특징과 동일하다. 스테이지 구조, 등장 몬스터, 중간보스의 종류, 상점 품목, 드롭되는 스컬과 아이템이 회차마다 무작위로 바뀌고 한 번의 죽음으로 쌓아온 것들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스컬이 로그라이트로 분류되는 이유는 리틀본의 죽음을 가치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적을 제압하고 습득한 마석은 골드, 스컬, 아이템과 달리, 리틀본이 사망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마석으로 기본 능력치를 강화하는 과정은 초보자에게 엔딩을 볼 수 있다는 희망과 스컬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기존 2D 플랫포머 액션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컬(머리)이다. 리틀본은 끊임없이 스컬을 교체하며 전투 스타일을 바꾼다. 밸런스, 스피드, 파워 타입으로 분류된 30여 종 이상의 스컬은 각성 시스템으로 2단계 진화를 마쳤을 때 괄목할만한 변화와 성능을 보여준다. 

로그라이트의 무작위성과 스컬은 유저 동기부여와 연결된다. 기본을 제외한 모든 스컬은 무작위로 등장한다. 운이 좋아,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스컬을 획득할 수 있지만 최종 보스까지 도달하려면 모든 스컬의 사용 방법을 일정 수준 이상 숙지할 필요가 있다. 

레전더리 등급 이상 스컬과 아이템은 난도를 급격하게 하락시키나, 플레이의 깊이는 게임의 이해도에서 비롯된다. 5개의 스테이지는 각자 다른 콘셉트를 기반으로 리틀본을 압박한다. 끊임없이 하인을 소환하는 메이드장, 시체가 폭발하는 몬스터 등 고등급 아이템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요소들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난도 자체가 높아, 시작과 동시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처음 엔딩을 보기까지 18시간 넘게 소모했고 최종 보스까지 도달하는데 1시간 이상 플레이했다. 마석과 스컬 시스템이 없었다면 플레이타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수십 차례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리틀본은 점점 강해지고 이를 조작하는 유저도 함께 성장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절망 대신 다음 빌드를 고민하는 과정이야말로 스컬의 가장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과 성장’이라는 굴레는 공략의 키워드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난도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수십 차례 같은 구간을 반복하면, 중간보스와 1, 2챕터 보스 정도는 예측 가능한 숙제처럼 느껴진다. 패턴이 단순하고 대미지는 긴장감을 줄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스컬 간의 성능 차이도 아쉽다. 물리 계열 스컬은 마법 계열에 비해 활용법이 매우 까다롭다. 같은 등급의 스컬이라도 성능 차이가 뚜렷하다 보니, 하급 스컬을 뽑은 경우에는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개발사 사우스포게임즈는 27일 패치노트로 “현재 마법에 비해 물리공격 효율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부 스컬을 개선하고 신규 아이템, 각인을 추가하는 등 전반적인 성장 관련 콘텐츠 개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스컬 판매량은 정식출시 5일 만에 10만 장을 돌파했고 매우 긍정 평가는 2천 건을 넘겼다.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지만 플레이해보면 호평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상승세를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면 롱런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스트레스보다 기대감을 갖고 즐긴 로그라이트는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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