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5와 6의 서비스가 종료되며, 시리즈 팬들은 오리진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시리즈 최고로 평가받는 2편을 베이스로 제작됐고 첫 BGM을 듣는 순간 기대에 차오르기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리진을 체험한 대항해시대 팬들의 근심은 더욱 커졌다. 과연 대항해시대의 명맥은 이어질 수 있을까?

라인게임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테스터를 모집하며 사전 모의고사를 봤다. 기존 팬들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하고 피드백을 받겠다는 의도였다. 팬들은 긍정적이었다. 원작을 추억하기에 충분했고, 이를 계기로 테스트 시작까지 2편을 다시 즐긴 유저들도 있다.

기대에 부풀었던 오리진의 1차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실망에 가까웠다. 팬들이 기대한 추억과 재미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대항해시대는 탐험, 교역, 전투가 핵심인데, 모든 콘텐츠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탐험의 비중은 낮았고 교역은 제대로 구동하지 않았다. 탐험, 교역에 비해 전투는 나쁘지 않았으나 시간이 길고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MMORPG로 장르가 변경되며 탐험, 교역, 전투 중 한 가지만으로도 밸런스를 잡으려는 의도였는지 알 수 없지만 각각의 완성도를 느끼기 어려웠다.  

패키지게임을 MMORPG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24시간 게임이 돌아가고 재화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일 수밖에 없고 이를 경제 시스템으로 풀어내야 한다. 대항해시대는 교역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작의 100% 느낌은 아니더라도 원거리교역의 재미는 필요했다. 특산품을 이곳저곳에 가져다팔며 배와 선원을 늘려가는 것이 대항해시대를 추억하는 큰 재미 중 하나다. 

그런데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원거리 특산품이 근거리 상품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됐고, 힘들게 3대양을 건너도 언어의 문제로 대화가 되지 않았으며 레벨이 높아지면 해적의 강습으로 낮은 마진의 교역금액은 함선 수리비로 쓰였다. 

라인게임즈는 테스트 기간 매일 푸시로 두카트와 재화를 지급했다. 현재의 시스템 문제를 사실상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수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게임의 중심이 되는 탐험, 교역, 전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다. 

설문조사에서 ‘게임의 어떤 부분이 어렵고 불편했는지’란 질문에, 하나만 선택하기 어렵다, 복수로 하게 해달라는 대답이 현재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놓인 현실이다.  

게임에 따끔한 의견을 내는 이들은 원작과 시리즈의 팬들이다.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긴 팬들이 성인이 되어 추억의 게임을 모바일에서 무료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언어 시스템의 의도를 개발자가 언급했을 당시에 ‘왜 도입되었는지 알고 있다’란 중의적 표현으로 어느 정도의 과금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방향성은 근본부터 다시 고민을 해야할 수준이다. 게임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개발사의 예측은 크게 벗어났다. 

시리즈 팬들은 죄가 없다. 팬이란 이유로 다음 테스트에 또 다시 이들이 비슷한 과정으로 고통 받아선 안된다. 이번 테스트에서 팬들이 남긴 모든 메시지들을 찬찬히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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