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형RPG는 일반적으로 높은 등급의 캐릭터로 경쟁하는 게임이다. 화려한 일러스트, 강력한 파워로 유저들에게 수집욕과 성능으로 지갑을 열게 만든다.

다양한 SSR 등급의 그랑웨폰이 존재하는 그랑사가도 비슷한 첫인상이 있었다. 짧은 테스트에서 공개된 그랑웨폰과 아티팩트로 인해 과금 경쟁,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는 게임처럼 보였다. 

하지만 게임이 정식출시되고 콘텐츠와 밸런스가 공개되면서 첫인상은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앞으로 오래 유지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현재의 그랑사가는 기존 수집형RPG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공식을 많이 변형했다. 

최근 시장 상황과 수집형RPG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저 부담은 줄이고 전략성과 조합의 비중을 높였다.  

게임은 SSR 그랑웨폰 대신 SR, R등급으로 다양한 조합을 시험해볼 수 있다. 기사단원 캐릭터와 R등급은 무료로 얻을 수 있고 무료 다이아를 사용해 상위 등급의 그랑웨폰, 아티팩트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세리아드다. 유일한 힐러 역할로 모든 파티에 어울리고 저등급 그랑웨폰의 쓰임새도 폭넓다. 보호막, 상태이상 등의 효과는 상위 콘텐츠로 올라갈수록 중요해진다. SSR 그랑웨폰의 딜러 파티도 화염속성 몬스터가 주류인 5챕터를 돌파하는데 세리아드가 필수다. 

광역 회복기를 가진 베일라와 보호막을 지원하는 페이시, 불속성 적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에퀼라 모두 SR 등급 그랑웨폰이다. 이들이 없어도 베네딕트와 라함, 오페스 등 R등급 그랑웨폰으로 대체 가능하다. 수집난도와 극초월을 감안하면 저등급 그랑웨폰이 상위 아이템보다 높은 효율을 보일 때도 있다. 

결투장은 유일한 PvP 콘텐츠로 그랑웨폰의 유무를 따질 수밖에 없다. 이미 랭커는 장비와 캐릭터 육성을 마쳤고 그랑웨폰, 아티팩트 극초월도 마무리 단계다. 결투장은 직접 경쟁하는 콘텐츠이기에 최상위권에 진입하려면 SSR등급 그랑웨폰의 힘을 빌려야 한다. 

대신 보상에 안전장치가 있다. 핵과금 유저가 아니더라도 다이아, 마스터 등급까지 무난하다. 등급을 순위가 아닌 점수로 결정하고 상대방을 선택하는 비동기 전투라, 승급을 위한 저격 대진이 가능하다. 승급했을때 다이아 티어 기준 2,000개 이상의 다이아가 무료로 지급된다. 

PvE는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고등급 그랑웨폰을 강요하지 않는다. 섬멸전과 강림전은 상위권 유저에게 추가 보상을 제공할 뿐, 기본적인 보상을 확률에 따라 분배한다. 딜그래프에 따른 순위는 결정되지만 보상 차이는 크지 않다. 

과금 유무와 관계없이 쉽게 전투력을 높이는 점 또한 고등급 그랑웨폰의 필요성을 덜어낸다. 모든 장비는 제작되고, 강화 재료 또한 필드와 일일 던전에서 수급된다. 오픈필드도 사냥터 통제 등의 경쟁 요소가 없어, 여유로운 자동사냥이 가능하다. 

뽑기의 밸런스가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아티팩트와 5가지 속성의 그랑웨폰이 같은 뽑기풀에 존재해, 특정 장비를 획득하기 매우 어렵다. 확률이 낮다보니 같은 금액을 과금한 유저라도 메인 퀘스트의 체감 난도가 바뀐다. 아이샤, 테오도라, 실바노 등은 장비한 것만으로 사냥의 퀄리티를 높인다. 

그랑사가는 고등급 장비 위주의 육성 방식 대신, SR과 R등급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는 게임성과 적절한 밸런스로 나타났다. 과금하지 않아도 메인 퀘스트를 즐기는데 부담이 없고 전투력이 낮아도 스트레스가 적다. 

그랑사가의 기조는 ‘다양한 선택과 기호’다. 이러한 모토를 기반으로, 기존 MMORPG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경쟁과 수직 성장으로 요약되는 경쟁작을 넘어,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 게임이 될 수 있을까. 그랑사가의 현재 방향성이 지속될수록 인기와 평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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