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게임즈 신작 미소녀 수집형게임이 일본에서 화제다. 장르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비결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4일 요스타 퍼블리싱으로 일본 시장에 인사를 건넸다. 작년 CBT부터 호평이 이어지며 조짐을 보였고, 출시 하루 만에 양대마켓 1위를 차지하면서 차트를 흔들었다. 기존 인지도 없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수집형 RPG 장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게임성도 중요하지만 세계관과 캐릭터 속 감성에서 매력이 나온다. 블루 아카이브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얼핏 경쟁작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세부 디자인을 살펴볼수록 매력은 도드라진다.

벌써 팬아트를 양산하고 있는 인기 캐릭터 '리쿠하치마 아루'
벌써 팬아트를 양산하고 있는 인기 캐릭터 '리쿠하치마 아루'

'프로젝트 MX'로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기대감은 높았다. 총지휘를 맡은 김용하 PD는 오랜 시간 서브컬처 감성에 깊은 이해도를 보여주면서 인정을 받아왔다. 전작 큐라레: 마법도서관의 캐릭터와 센스는 서비스가 종료된 지금까지도 종종 회자된다.

블루 아카이브는 기대치 이상을 보여줬다. 캐릭터 디자인은 최신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했고, 성격과 설정 역시 특유의 감각을 접목해 개성 있게 이끌어냈다. 총기가 허용된 학원도시 배경은 장르의 흥행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경쾌한 판타지풍 세계관과 함께 독특한 시너지를 불러온다.

출시 초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아루'는 게임의 디자인 감각을 대표한다. 자칭 흥신소 사장으로 악당 카리스마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하는 일마다 망해버리고 라멘을 나눠먹으며 끼니를 때우는 궁상맞은 인물이다. 비주얼 역시 섬세하게 구성되면서, 반전매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재미를 함께 갖춘 캐릭터메이킹 사례가 됐다.

시험 삼아 가장 별로라고 알려진 3성 캐릭터 이즈미를 키워보고 있다
시험 삼아 가장 별로라고 알려진 3성 캐릭터 이즈미를 키워보고 있다

전투와 육성 시스템은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기 게임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가장 큰 비교대상은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이하 프리코네R). 인게임에서 조각을 모아 캐릭터를 얻고 성급을 올려나가며, 스킵 티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필요한 자동전투 시간을 줄이는 등 유저 친화적인 구조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블루 아카이브만의 독특한 점은 EX스킬 컷신까지 SD 모델링으로 커버한다는 것. 같은 장르 게임들이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자칫 어색할 위험이 있는데, 혼을 기울인 모션과 연출로 정체성을 확립해냈다. SD 캐릭터의 움직임에서 디테일과 귀여움이 함께 느껴진다.

또 하나 숨겨진 공신은 음악이다. 강렬한 전자음으로 전면에 나서서 경쾌한 리듬을 주도한다. 김용하 PD는 큐라레: 마법도서관에서도 ESTi, TAK, Nauts 등 국내 최고의 게임음악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음악은 캐릭터와 이야기의 몰입을 만들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정석이 된 메신저 대화 콘텐츠
이제는 정석이 된 메신저 대화 콘텐츠

남은 과제는 운영이다. 초반 선풍적인 인기에도 이슈 대처나 과금모델로 인해 무너지는 사례는 많다. 차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때 지역별 운영 차이가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길게 보고 유저 부담을 조절하는 방침이 중요해진다.

블루 아카이브의 뽑기 확률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대신 크리스탈 지원으로 보완하고 있다. 인게임 콘텐츠 보상과 선물 보상이 합쳐지면서 초반 환경은 준수하다. 이후 육성구조 및 편의성 개선이 변수인데, '덕심'을 헤아리는 PD가 자리잡은 만큼 유저가 원하는 방향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도 생긴다.

기획 단계부터 감성 파악이 이루어졌고, 센스를 얹어 완성됐다. 일본 롱런과 함께 국내 서비스, 글로벌 진출까지 기대감은 커진다. 블루 아카이브의 기록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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