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이 서머너즈워에 이어, 외자 판호를 받았다. 한중 게임 무역 시장에 변화를 기대할만한 소식임에도 여전히 분위기는 어둡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사는 9일, 룸즈와 이브 에코스, 가디언테일즈 등 33개 게임의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2017년 3월 이후, 서머너즈워가 판호를 발급받기까지 3년 9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중국 진출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긍정적 전망이 가능하다.

서머너즈워 판호 발급 이후,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중국 입장이 공개되면서 3, 4차 판호 발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당시 싱 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이웃으로서 모든 면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라며 “앞으로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내 외교부 또한 판호 문제를 위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판호 해결을 주요 과제로 선정한데 이어,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양국 교류와 협력을 전면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시장의 규모가 남다르고 유저의 성향과 선호하는 장르도 비슷하다. 시장의 규모는 수치에서 드러난다. 2019년 국내 게임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40.6%, 금액으로 환산하면 27억 305만 달러(한화 2조 9,914억 원)에 이른다. 4년 가까이 판호를 발급받지 못했음에도 서비스 중인 기존 게임만으로 1년 수출액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 등은 국내 게임사의 주요 수입원으로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기존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기대작의 판호 발급 여부에 시선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한령이 해제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국내 인디 게임사가 판호를 발급받은 일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동안 무역 장벽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중국 게임과 달리, 대기표만 받고 기다리고 있는 한국 게임들이 많다.

무엇보다 큰 불안요소는 한한령의 실체다. 중국은 한국 게임의 진출을 막는데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단지 한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후부터 무역 제재가 시작됐고 게임의 수출 창구도 덩달아 막혔다. 한한령은 중국의 일방적이고 암묵적인 조치였다.

판호 발급은 언제라도 중지될 수 있다. 정치와 사회, 외교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한중 게임업계 상황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재 중국과 한국 유저들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는 사실이다.

샤이닝니키로 시작된 한복 동북공정 논란은 스카이: 빛의 아이들과 오버워치로 확장돼, SNS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과 설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복 스킨을 출시한 게임사들은 중국 유저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한복이 명나라 전통의상 ‘한푸’에서 유래됐음에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몰지각한 유저들이 일으킨 헤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페이퍼게임즈는 "하나된 중국 기업으로서 조국의 입장과 늘 일치한다"라는 말을 웨이보에 남겼고 스카이 개발사 대표 제노바 첸 역시 “명나라 모자(갓)는 디자인의 원천이다”라는 잘못된 해명으로 논란을 회피했다.

특히, 샤이닝니키의 한국 시장 철수 과정은 중국 공산당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부터 페이퍼게임즈는 한복이 한국의 전통의상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가온누리', '나린 가락지', '멀리 나르샤' 세트의상을 전통 우리말로 작명하는 등 한국 문화를 이해도를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페이퍼게임즈는 중국을 선택했다. 웨이보에 입장문을 밝힌 이후,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한복은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글을 게시했다. 다음날 한복 의상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고 같은 날 23시 경, “중국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라는 말과 함께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향후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중국 유저들은 국내 게임사에게 사상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사상검증의 대상은 비단 한복만이 아니다. 설날과 고구려, 발해, 김치 등 게임의 콘텐츠로 활용할만한 모든 전통 문화를 논란의 주제로 삼을 수 있다. 새로운 한한령의 시발점이 될만한 사안이지만 동북공정은 합의점이 없는 민감한 문제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큰 틀은 여전히 한한령 시절에 머물고 있다. 기대작들은 발이 묶였고 한중 유저들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낙관론을 언급하려면 판호 발급을 멈출만한 잠재적 위험요소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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