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이 국내 게임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뒤, '게임 없는 게임광고'는 계속 도마에 올랐다.

게임광고를 향한 지적은 두 갈래로 나뉜다. 게임에 없는 내용을 보여주거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시선을 끄는 허위 및 선정적 광고, 게임 내용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연예인에 의존하는 '게임 없는 광고'다. 전자는 중국 등 해외게임이 주로 해당되지만, 후자는 한국게임도 비판 대상에 포함된다.

어느 쪽이든 지적이 나오는 취지는 비슷하다. 유저가 원하는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어떤 플레이를 하는 게임인지, 비주얼은 어떤 느낌인지, 이 게임의 특징은 무엇인지 광고만으로 알기 어려운 시대다.

"보나마나 언리얼", 비주얼 차별점이 없다

광고에서 게임 비주얼을 감추는 근본적 이유로 비주얼 획일화가 꼽힌다. 이 현상은 모바일 RPG가 절대 대세로 자리잡으며 가속화됐다. 게임 화면에서 특징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광고모델을 통한 게임 바깥 연출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게임엔진 획일화도 큰 이유다. 언리얼과 유니티의 치열한 경합 끝에 언리얼이 모바일에서도 우위를 점했고,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MMORPG가 언리얼엔진에 의존한다. 자체개발 엔진은 비교적 큰 시간과 예산이 들어가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꺼리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극소수 대작을 제외하면, 엔진 리소스를 게임 정체성에 맞게 소화하는 일은 많지 않다. 한 개발자는 "중소 개발사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에셋을 조금씩 변형하는 수준에서 게임에 넣는 정도가 최선"이라면서 "게임 콘셉트를 정하고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에셋을 먼저 구매한 다음 그에 맞춰 게임을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엔진에 맞춰 최적화된 개발 프로세스가 공식이 되고, 이에 따른 비슷한 비주얼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는 해석이다. 깊게 관찰할 경우 디테일 차이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나, 짧은 시간 노출하는 광고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기는 어렵다.

비슷한 UI에서 이어지는, 비슷한 콘텐츠

모바일 MMORPG 신작이 연이어 나올수록 UI 디자인 공식도 굳어졌다. 나란히 색이 다른 2개 막대로 이루어진 HP와 MP, 우측 하단에 원형으로 자리잡은 스킬 배치, 상단 구석을 터치하면 사이트맵처럼 나타나는 종합 콘텐츠와 던전 목록 등. 대부분 게임이 비슷한 아이콘 배치와 조작을 취한다. 플레이 화면이 게임마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요인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신작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조작 선호도가 연구되고, 가장 최적화된 형태가 지금의 공식이라는 것.

그러나 반대급부로 비주얼 획일화는 피할 수 없었고, 콘텐츠 방식 역시 공식을 따라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인게임 스크린샷과 플레이 영상에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만큼, 점차 광고에서 게임을 감추는 순환은 되풀이됐다.

짧은 광고, 격화된 경쟁

연예인 의존 광고가 목표에 맞는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 마케팅 담당자는 "TV 및 옥외광고는 게임 트렌드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라이트유저가 핵심 타겟층"이라면서 "10초가 채 되지 않는 노출 시간에 게임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익숙한 얼굴을 내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게임 뉴스를 능동적으로 입수하는 유저들의 갈증은 깊어진다. 광고 비중이 게임에서 벗어날수록, 게임의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아직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을 게임에 존재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어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센스 있는 광고는 중요하다. 연예인 모델 역시 잘못은 아니다. 좋은 연기나 연출이 있다면 게임의 특성과 장점을 나타낼 수 있고, 게임 화면은 몇 초만 나와도 된다. 하지만 게임의 테마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한 순간도 게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면 광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임계가 투명하게 고민할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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