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생존게임 디스테라가 14일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4일 동안 서버는 K-생존게임의 모습을 확인하러 온 유저들로 북적였습니다. 

어려워하는 유저가 있었고 몇 시간 만에 시스템을 파악해 다른 유저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는 고수도 보였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입니다. 폭발 직전의 지구에서 맨손으로 살아남는 과정이야말로 핵심이니까요. 목마름과 갈증, 곰, 경비로봇부터 다른 유저들의 존재까지. 모든 것이 잠재적 위험 요소입니다. 

저의 생존은 4일차에 끝났습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과 위기에 대처했던 방법, 충격과 공포의 순간 그리고 지구의 끝이 어떻게 찾아왔는지 기록으로 남겨봤습니다. 

<1일차: 물과 식량>
눈을 뜬 것은 오전 11시, 정거장에 도착해야 했지만 이곳은 해변이다. 여긴 어디지, 무엇을 해야하지?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가진 거라곤 부품 몇 개. 곧 갈증과 배고픔이 밀려왔다.

라디오그램을 켰다. 포트가 고장 났고 예정에 없던 불시착이라 했다. 부서진 포트에 가면 자원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다행히 간단한 물, 먹을거리를 챙길 수 있었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금 가진 것으론 오래 버틸 수 없다. 지역을 탐험하며 몇 가지 사실을 파악했다. 우선 버섯은 먹을만했다. 지구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 로봇, 자동차로 무언가 만들 수 있을 듯하다. 돌과 테라나이트도 널려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닌다. 곰은 난폭하고 이족보행 로봇은 총을 쏜다. 주의가 필요하다.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버섯과 강물을 마시며 1일차 밤을 보냈다. 

<2일차 내 집 마련>
누군가 침대를 리스폰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고정 리스폰은 다양한 메리트다. 안전하게 로그아웃하고 특정 공간에 정착할 수 있다. 침대와 보관함을 구비한 거처는 인벤토리 부족과 죽음의 부담감을 덜어내는 좋은 수단이다. 

2일차가 되니 첫날보다 생활이 능숙해졌다. 곰을 쓰러뜨려 곰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자원도 모아갔다. 생존 노하우도 조금씩 생겼다. 자원은 지역 마다 달랐다. 해변가 도로에 버려진 차량과 집이 많고 산악 지형은 광물이 풍부했다. 

오늘은 큰 결정을 해야하는 날이다. 집을 만들 장소를 골라야 했다. 시행착오 끝에 물웅덩이 옆으로 결정했다. 식수 정화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3x3 크기의 공간을 마련했다. 

드디어 생긴 나만의 공간, 비좁지만 침대와 그릴을 갖춘 거처는 생존을 위한 전초기지로 더할 나위 없었다. 조금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반동에 속지 마세요
반동에 속지 마세요

<3일차: 위기의 순간>
3일차가 밝았다. 이제 좋은 무기와 방어구가 필요하다. 곰은 망치로 충분하지만 로봇은 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점령한 해안 지역을 정찰하려면 지금 가진 것으론 위험하다. 

장비 제작은 집을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재료를 필요로 한다. 총신부터 총탄까지 만들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곰고기를 뜯어가며 싸우다보니 어느덧 내 손에는 망치가 아닌 총이 들려있었다. 두근거리고 흥분됐다. 

스마이트 핸드건과 총탄 60발을 만들었다. 곰을 상대로 첫 발을 당겼다. 그런데 머리를 맞고 쓰러졌어야할 곰이 돌진해 왔다.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출혈 효과가 나왔으나 소용없었다. 죽음을 공포를 느끼며 총을 난사했다. 한 탄창을 넘게 쓰고서 곰을 잡았다. 판단 미스였다. 스마이트 보다 망치 대미지가 훨씬 좋을 줄이야. 

그래도 남는 건 있었다. 작업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집 한편에 전력 공급 장비와 배전판을 마련하면, 고급 장비를 만들 수 있다. 

다음 목표가 생겼다. 작업대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구해야했다. 스마이트는 인벤토리 구석에 밀어두고 다시 망치를 꺼내들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점점 여기 생활에 익숙해지는 듯하다. 언젠가 좋은 총을 만들어 하이에나 도적단이나 관측소에 도전할 날을 그리며 잠에 들었다.

3일간의 노력이 모두 사라졌다
3일간의 노력이 모두 사라졌다

<4일차: 밤손님>
침대에서 일어나니, 풍경이 바뀌었다. 벽은 무너졌고 보관함이 없어졌다. 로그아웃한 사이 집에 도둑이 들었다. ‘생존게임’의 정의를 잠시 잊은 것이 최악의 결과가 됐다. 

디스테라는 모두가 ‘위 아더 월드’를 외치는 게임이 아니다.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더라도 엄페물이 있는 장소를 선택했어야 했다. 스마이트와 총탄, 안드로이드칩, 여분의 곰고기, 가죽끈 등 보관함에 넣어둔 자원들이 모두 사라졌다. 

다시 시작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지구가 폭발하는 테라 파이어 이벤트가 몇 분 남지 않았다. 테라 파이어는 과거의 기록들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테라 파이어를 확인하기 위해, 운영자와 모든 유저들이 해변으로 모였다. 각자 성과를 자랑하며 디스테라의 마지막을 총기난사, 연막탄 투척으로 기념했다. 

이윽고 종말이 찾아왔다. 세상은 붉게 물들었고 섬 중심에서 시작된 폭발은 전 맵을 집어삼켰다. 테라 파이어의 실체를 촬영할 틈도 없이, 4일간의 테스트 기록들과 유저들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이번엔 많은 것들을 체험하지 못했고 다음 스탭으로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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