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보조로 출발한 역할이 어느새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어느 게임이든 극초반 튜토리얼은 조금 지루하기 마련이다. 빨리 스테이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지만, 안내 화면과 설명 텍스트는 쉬지 않고 나온다. 계속 맥이 끊기면서 튜토리얼부터 버티지 못하고 게임을 종료하는 유저가 적지 않은 비율로 나타난다.

튜토리얼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명이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응이 어려워 이탈하는 유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설명이라면, 호감 가는 캐릭터를 내세워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는 방향이 흥미를 유지하기 쉽다. 가이드, 혹은 조력자라고 불리는 캐릭터는 게임사들의 고민 끝에 탄생했다.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가이드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카툰 그래픽이나 귀여운 화풍에서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그중에서도 잘 만들어진 사례로 마비노기의 ‘나오’가 꼽힌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유저가 세계관이나 감성에 곧바로 녹아들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게임에서 캐릭터는 핵심 요소 중 하나였고, 이제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특히 수집형 게임 장르는 캐릭터가 게임 앞에 선 사례다. 캐릭터 비주얼과 콘셉트를 먼저 구상한 뒤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경우도 잦다.

가이드 캐릭터는 게임캐릭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함께 중요해졌다. 매달 수많은 수집형 게임이 등장하고, 플레이 템포는 빨라졌다. 난립하는 캐릭터 속에서 첫인상에 시선을 잡아끌 필요가 생겼다. 극초반부터 흥미롭지 않으면 유저는 떠난다. 유저의 여행과 함께 하는 캐릭터의 디자인은 날로 정교해졌다.

최근 캐릭터메이킹의 좋은 사례는 미호요의 원신이 보여줬다. ‘페이몬’은 비주얼이나 설정에서 흠 잡을 곳이 없는 가이드 캐릭터다. 귀여운 요정 외모를 가졌지만, 그저 지켜줘야 하거나 무시하는 등 평면적인 마스코트 설정에서 벗어나 있다.

페이몬이 주는 플레이 동기는 유저와 주고받는 관계망에서 나온다. '비상식량' 밈이 대표적이다. 선택지를 통해 페이몬을 비상식으로 소개하거나, 식량 관련 이야기로 장난스러운 농담을 건넬 수 있다. 그밖에 다양한 소재로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투닥거리며 대화를 진행한다. 이런 여행 구조는 원신을 꾸준히 플레이한 유저들이 쉽사리 떠나지 못하도록 만든다.

가이드 캐릭터가 예상 밖의 복선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만 게임사 레이아크의 ‘스도리카’가 보여준 기법이다. 유저가 관찰자 시점에서 지난 기록을 살펴보는 설정을 가졌는데, 가이드인 '레이'가 옆에서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게임을 안내하는 역할을 가진 인물이다.

후반 특정 챕터를 종료한 뒤부터, 레이와의 대화에서 게임을 관통하는 단서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메인화면을 활용한 연출로 유저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저 안내역인 줄 알았던 역할이 핵심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사실, 그리고 게임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유저를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가이드 캐릭터가 처음부터 스토리 중심에 서기도 한다.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의 메인 히로인은 페코린느지만, 플레이어블 동료 콧코로도 그에 못지 않은 비중이다. 주인공을 향한 기여와 가이드를 겸하면서 대표적 호감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가이드 캐릭터는 앞으로 더 큰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의 첫인상이 초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좋은 캐릭터가 부가사업으로 연결되는 엔터테인먼트 환경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이드의 방식과 캐릭터 구축을 연구할 여지는 아직도 많다.

좋은 가이드는 게임의 흥미를 넘어 몰입을 돕는다. 세계관과 이야기에 몰입하는 현상은 고정 유저를 만들고, 팬덤을 탄생시킨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건 게임들이 계속 고민해야 할 숙제다. 가이드 캐릭터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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