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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미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3.30 17:04

로스트아크를 즐기는 한 청각장애 유저가 있었다.

엔드 콘텐츠인 비아키스 레이드에 참여할 스펙을 가졌지만, 음성채팅에 참여하지 못해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푸념을 올렸다. 그 글을 발견한 최상위권 유저가 도움을 위한 파티원 모집을 시작했다. 자신의 1주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내린 결정이었다.

로스트아크 유저들의 응원 댓글이 이어졌고, 레이드 파티는 금세 모였다. 노말 모드라도 공략이 까다로운 패치 초창기, 그 유저는 음성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클리어에 성공했다. 도전을 향한 의지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동료들이 함께 일궈낸 결과였다.

청각장애 유저는 "앞으로 점점 어려워질 레이드 역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비록 게임 속 수많은 레이드 중 하나였지만, 이 사례는 많은 유저들에게 색다른 감정을 전한다. 우리가 온라인게임을 하는 이유를 되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게임은 하나의 거대한 사회다. 한 개인의 시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각지대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게임을 즐기며 위안을 삼는 유저는 생각보다 많다. 그들의 사정에 공감하고 힘을 모아 돕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10년 전,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전해진 미담은 이번 이야기와 겹쳐진다. 근육이 굳어가는 희귀 난치병을 앓는 한 유저가 있었다. 세계일주가 꿈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게임 속 항해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유저의 어머니가 디스크로 인해 치료비가 필요해지자, 사연을 들은 유저들은 손수 나서서 모금을 시작했다. 퍼블리셔였던 넷마블도 참여해 지원금 1,800만원이 모였다. 이와 같은 사연이 바다를 건너 퍼지면서, 일본 개발사 코에이테크모는 편지와 함께 모형 배 10척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세계가 가진 특징이 있다. 일상에 비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 원하지 않는 만남이라고 해도, 평소에 없던 대화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매너와 소통 능력도 중요해진다. 어떤 순간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는 공간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저간 배려, 시스템의 배려

소수인들을 향한 시스템 배려도 분명 필요하다. 서구권 게임은 이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전부터 접근해왔다. 시장이 큰 만큼 다양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대표적인 예가 색각이상자 배려다. 색맹이나 색약으로 흔히 표현되며, 국내 인구 중 색각이상자는 1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적은 비율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게임에서 관련 옵션을 추가하거나, 색각이상을 위한 패치를 단행하는 일은 드물었다.

미국의 경우 재활법 508조를 통해 각종 장애에 대한 웹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임 역시 이러한 원칙을 수용하고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배틀필드 등 글로벌 인기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색약 등 장애 접근성을 높이는 모드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게임 유저층이 폭넓게 늘어난 2017년경 조금씩 접근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색각이상모드가 좋은 사례다. 녹색맹, 적색맹, 청색맹으로 색각을 세분화해 유저가 완벽히 문제를 해결하게끔 했다. 로스트아크 역시 작년 색약 유저를 위해 아카테스 결정의 모양을 바꾸면서 색깔 없이도 구분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게임사와 유저가 동시에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오프라인을 넘어선 소통이 또다른 일상으로 떠오른 시대다. 게임 속 세상이 더욱 크게 뭉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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