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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역주행', 게임에서 이루어지려면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4.01 22:01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이 연예계에서 화제다. 무려 4년이 지난 곡 '롤린'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리면서 급격히 퍼졌고, 무명이었던 그룹은 데뷔 1,854일 만에 첫 1위를 품에 안았다. 

역주행은 게임계에도 흔히 나오는 표현이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인 만큼, 출시 전 기대감과 초반 반응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극소수만 알던 게임이 몇 개월 뒤 트렌드를 휩쓸기도 한다. 싱글게임 정보 공유가 활발한 서구권은 역주행이 더욱 흔하다. 

어몽어스는 대표적인 역주행 스타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처절한 무명 시절이 있었다. 2018년 출시 뒤 반년 가량 아무도 모르는 게임으로 남았다가, 스팀에서 우연히 이 게임에 손을 댄 인플루언서에 의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출시 초기부터 게임성은 갖춘 상태였다. 방송용으로 훌륭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국내외에서 실황이 유행했고, 영상을 통해 접한 유저가 몰려들면서 플레이 조건이 쾌적해지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2020년 들어 비대면 콘텐츠 유행까지 겹쳤고, '인싸'들이 두루두루 즐기는 게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밖에도 최근 역주행은 실황을 통해 종종 벌어진다. 생존게임 장르가 대표적인 수혜물이다. 2013년 출시한 러스트는 꾸준한 업데이트로 내실을 다진 끝에 작년 들어서야 극적인 역주행에 성공했다. 올해 화제의 게임인 발헤임 역시 오직 입소문만으로 기록적인 역주행을 달성한 사례다.

한국에서 해외 사례만큼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역주행 사례는 드물다. PC와 모바일 모두 온라인게임 위주로 운영되고, 마케팅 없는 소규모 개발작이 뒤늦게 경쟁력을 펼치기 까다롭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업데이트 단위로 게임의 공기가 크게 바뀌는 만큼, 주기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사이클을 가진 게임은 종종 있다. 과거 '연어게임'으로 불린 마비노기 영웅전이 좋은 예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콘텐츠가 소진된 뒤 다시 긴 침체기에 빠지는 패턴이 흔하다.

해외 사례에 비교적 근접한 한국게임은 킹스레이드가 있었다. 영세 사무실에서 개발을 시작한 베스파를 직원 35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게임이다. 

2017년 출시 후 인지도가 전혀 없어 차트 바깥에 머물렀지만, 유저 입소문으로 역주행을 시작한 끝에 2년간 누적 매출 1천억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수집형 RPG로서 매우 드물게 캐릭터 뽑기가 없고, 수준급의 모델링과 연출력을 가졌다는 점이 입소문에 가속도를 냈다.

국내 시장에서 역주행 주요 테마는 과금 부담 수준과 퀄리티다. 가장 관심이 많은 주제인 동시에, 다른 유저에게 소문을 퍼트리는 방법이 간단하다. "캐릭터를 정가에 수집한다"는 한 마디로 혹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퀄리티 역시 스크린샷이나 '움짤'을 통해 퍼져나가기 쉽다.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 역시 공식을 따라간 역주행 게임이다. 동시접속 2~3천명에서 최대 5만명을 넘는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카카오게임즈 퍼블리싱 계약과 함께 정식출시를 준비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과금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과 스팀게임의 법칙인 실황 유행이 큰 역할을 했다. 게임의 재미를 알아본 스트리머에 의해 공식 대회가 열렸고, 플레이의 매력이 실시간으로 알려지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결국 기본 조건은 게임의 품질과 친화적 운영이었다.

"무명에서 인기를 얻으려면 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운을 붙잡기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뜻밖의 계기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순간 반짝이다 사라진 인물은 많다. 재능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적절한 운과 착실한 기본기가 만났을 때 '롱런' 스타가 탄생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잡는 것은 미리 준비된 게임이다. 절묘하게 마케팅이 맞물리면서, 혹은 다른 게임 이슈의 반사이익으로 급상승하는 일은 종종 생긴다. 하지만 그런 게임 중 다수는 역량에서 한계를 보인 채 원래 위치로 돌아가곤 했다. 

역주행은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시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언제나 예상한 대로의 게임성이 나오고 마케팅, 자본만으로 성적이 결정된다면 발전은 멈춘다. 많은 게임이 언제든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시장이 좋은 시장이다. 빛나는 게임이 많이, 그리고 빨리 발견되는 환경을 기대하게 된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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