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2.5 월 18:12
상단여백
HOME 리뷰
사망여각, 이야기와 색채로 피워낸 '어드벤처'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4.09 18:58

사망여각이 사용한 색깔은 3색이다. 색채는 그보다 조금 더 선명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름이다. 5년을 기다렸다. 개발 중간에 장르를 완전히 바꾸면서 펀딩 유저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메트로배니아는 쉬운 장르가 아니다. 한국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가 이어졌다. 

결국 4월 8일 사망여각이 출시됐다. 수차례 데모와 베타테스트가 이어진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비주얼은 그동안 봐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많은 차이가 갈린다. 세계관에 제약 받지 않으려 한 시도, 재미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내려 한 방향성이 보인다.

좋은 이야기에 연출력을 채우다

이야기는 소녀 '아름'의 여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름은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느끼고, 저승에 뛰어들어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저승세계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가 한 꺼풀씩 풀려나간다. 

모티프는 한국 전통 설화인 바리공주 이야기다. 아버지를 위해 산 채로 저승을 여행하는 발단은 비슷하다. 하지만 사망여각은 이후 전개에서 독자적 세계관과 내러티브를 가진다. 원전에 집착하기보다 고유의 완성도를 택한 판단은 옳았다. 아버지를 찾는 큰 줄기에서 촘촘하게 단서가 얽혀나가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베타테스트 플레이에서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다. 이야기의 비중은 높은데, 스토리텔링이 흥미롭지 못했다. 더빙이 없는 소규모 게임에서 인물의 간단한 대화만으로 몰입감을 주는 일은 힘들었다.

정식출시 버전에서, 사망여각은 스토리 몰입 장치를 대거 보강했다. 주요 수단은 일러스트였다. 게임 초반부터 아름의 처지와 심경을 표현하는 컷신이 적극적으로 삽입됐다. 중반 넘어 이야기 분기점마다 화면을 최대한 활용해 연출을 자아냈다.

쉬운 편, 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유저 성향에 따라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핵심인 길찾기는 '라이트'하다. 컨트롤의 한계를 요구하거나 두뇌를 풀가동하는 퍼즐을 넣진 않았다. 적당한 컨트롤 능력과 약간의 생각을 거치면 수월하게 탐험이 가능하다. 오리 시리즈가 조금 더 간편해진 버전으로 보면 비슷하다.

비교적 쉬운 난이도를 마련하면서도 장르 완성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메트로배니아는 능력 개방에 따라 진행 영역을 넓히는 시스템이 맵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품질이 갈린다. 사망여각의 맵 구성은 만족스러울 만큼 정교하다. 스토리 진행에 따른 동선도 효율적으로 돌아가면서 섬세하게 신경을 쓴 티를 보인다.

지역에 따른 특색도 선명하게 넣었다. 초반 분기점인 서천꽃밭을 지나면 분위기는 한 차례 바뀌고, 얼어붙은 고원과 지하 수로를 건너면서 뚜렷한 환경 변화가 이어진다. 후반부는 저승 탐험의 절정에 이르렀다는 듯 강렬한 아트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사망여각의 꽃은 보스전이다. 초반은 간단한 컨트롤 실력을 시험하는 수준이지만, 메인스토리 후반 보스들이 몰아치는 패턴은 까다롭다. 컨트롤에 자신이 떨어지는 유저는 주저 말고 이야기 모드를 고르는 편이 좋다.

합리적인 난이도 설계 속에서, 보스마다 패턴 개성이 뚜렷해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흑,적,백 3색으로 구현한 아트워크도 보스 연출에 힘을 싣는다. 색채의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한 형태로 개성을 부여해냈다.

아트워크와 함께 사망여각을 떠받치는 숨은 공신이 있다. 음악이다. 전통악기를 중심으로 조금씩 추가 세션을 넣어가는 BGM이 각 스테이지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질과 양에서 모두 뛰어나며, 특히 보스전에서 빛을 발한다. 이야기 상황에 따라 긴박하거나 장엄한 음악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싸우는 맛이 조금만 '찰졌'다면... 

매력적인 부분이 많기에 단점도 아프게 느껴진다. 가장 큰 약점은 액션이다. 보스전 디자인이 잘 되어서 아쉬움은 더욱 짙다. 액션 몰입감만 좋았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한 전투씬이 다수 등장했을지 모른다.

적을 타격하거나 지형지물에 피격받을 때 느끼는 감각이 밋밋하다. 종종 내가 때리거나 맞은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생긴다. 핵심 원인은 매끄럽지 않은 조작감. 인력의 한계로 정교한 액션을 구현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추측은 가능하다. 하지만 전투가 잦은 게임이니만큼 긴 개발기간 동안 반드시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UI 디자인도 게임 인상에 악영향이다. 선택지를 고르거나 상점을 이용할 때, 특성을 선택할 때 등 각종 메뉴에서 투박한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사각형 타일 이동만 반복되는 '알만툴' 게임들이 생각날 정도다. 그밖에 무기를 바꿀 때 번거롭게 단축키를 반복해 눌러야 하는 등 조작 편의성에서 허점이 보인다.

한줄평 : 서툴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재미

어드벤처에 특화된 강점을 가진 게임이다. 메인스토리 위주로 엔딩까지 플레이할 경우 달성도는 60%가 약간 넘는다. 서브 루트 40%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 많은 편이 아니다. 대신 스토리와 보스전 만족도는 높다. 

지난한 공사 끝에 사망여각은 완공됐다. 우려를 딛고, 플레이를 권할 만한 게임이 나왔다. 메트로배니아 숙련 유저보다는, 해당 장르에 입문하거나 이야기를 즐기고 싶은 유저에게 더 어울릴 게임이다.

소규모 개발의 한계는 곳곳에 남았다. 대놓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장점은 놓치지 않고 꽃피워냈다. '재미있는 게임'으로 되돌아보기에 손색이 없다. 처음과 마지막 보여준 아름의 표정은 뇌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길용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