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만에 6천만원 가까이 모였다. 텀블벅 게임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모금액 1위다.

산나비, 이 게임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BIC 2020에서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키워드로 처음 알려졌고, 시연 유저들 사이에서 급격히 입소문을 탔다. 네오위즈가 퍼블리싱 제안을 건넨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학생 5명이 모인 인디 개발팀 원더포션은 순식간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더 많은 유저들이 모금에 참여한 계기는 3월부터 스팀에 배포한 데모 버전이었다. 지금까지 한국 인디게임은 티가 나게 미흡한 부분이 몇 군데는 있었다. 어느 정도는 개발 사정을 고려해 이해하고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산나비는 달랐다. 모금 몇시간 만에 1천만원을 넘기고, 나흘 만에 2천만원 모금에 성공한 이유가 있었다.

산나비가 주목 받는 이유? 데모 플레이 10분 만에 알 수 있다

데모 플레이 분량은 컨트롤 숙련도에 따라 30분~1시간 사이다. 퇴역 군인으로 딸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에게 비극이 찾아오고, 복수를 위해 '산나비'를 찾아나서는 초반 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 게임 무대인 마고특별시에 얽힌 수수께끼도 함께 등장한다.

10분 가량의 프롤로그는 튜토리얼을 겸하고 있다. BIC 시연 버전에서 완전히 새로 만들었는데, 그 사이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한 흔적이 드러난다. 스릴러나 느와르 장르 영화를 보는 듯한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놀라울 만큼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대사를 주고받는 호흡부터 다르다. 단순히 엔터를 눌러 다음 대사로 넘기는 것이 아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기법에 따라 대사 출력 속도가 다르고, 텍스트 연출 차이가 난다. 사건 전과 후에 주인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주인공의 복수가 어떤 피바다를 만들어내는지를 선명한 장면 연출로 보여준다.

숨막힐 듯 펼쳐진다, 스타일리시 탐험과 액션

흥미로운 것은 내러티브만이 아니다. 게임 플레이는 경쾌하면서도 멋스럽다. 어딘가에서 본 요소를 하나씩 가져왔는데, 하나의 시스템으로 뭉치면서 독창적인 조화를 내고 있다.

처음에는 퇴역 군인이라는 설정과 사이버펑크 색감의 도트로 인해 카타나 제로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플레이 형태는 완전히 다르다.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플랫포머 탐험이 주력이면서, 적을 발판 삼는 연속 대시 시스템으로 액션감을 돋운다. 셀레스트와 오리 시리즈의 중간쯤 자리잡은 방식이다.

그중에서도 플레이의 핵심은 웜즈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로프 액션이다. 온갖 지형에 로프를 발사해 반동으로 길을 뚫어나간다. 적에게 겨냥하는 순간 살상무기로 변신하기도 한다. 로프 가속 키를 활용해 공중에서 유연하게 기동할 수도 있어,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재미가 맛있게 살아난다.

재미와 이야기, 양쪽에서 마련된 몰입감

원더포션이 내세운 '조선'과 사이버펑크'라는 키워드도 게임에서 개성을 드러낸다. 마고특별시의 풍경은 네온사인과 배합되면서 하나의 작품이 됐다. 현실감 넘치는 폰트의 한국어 간판도 매력적이다. 

짧은 데모에서 게임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산나비는 그 미션을 해냈다. 갑자기 사라진 3백만명 가량의 시민들, 증발해버린 데이터, 베일에 싸인 산나비의 정체 등 수많은 수수께끼가 게임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산나비는 2022년 1분기 정식출시 예정이다. 스토리가 중요한 구조인 만큼 얼리액세스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완성된 이야기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두 차례에 걸쳐 CBT를 진행한다. 매력적인 이야기와 액션이 대학생 개발팀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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