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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터M이 리니지를 계승한 이유는?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6.01 17:43

귀여운 리니지, 리니지3M, 리니지 Mk2.

자의 혹은 타의로 트릭스터M에 붙은 별명들이다.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에 리니지의 이름을 붙이는 일에 당당했다. 첫 발표부터 새로운 유저층에게 리니지의 재미를 알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출시와 함께 그 모습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트릭스터M은 모든 면에서 리니지였다. 원작 트릭스터의 비주얼만 남긴 채,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모든 틀을 계승했다. 인게임 커뮤니케이션도 자연스럽게 리니지를 따라갔다. 필드쟁과 보스 통제가 벌어졌고, 출시 초기 예상한 대로 트레저 스팟 통제까지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개발은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지만, 시스템 관련 소스는 대부분 엔씨에서 나왔다. IP의 정체성을 바꿔가며 리니지에 연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니지 모델을 향한 깊은 신뢰와 자신감에서 나온다.

오직 리니지만이 제공하는 권력의 성취감

한국에서 리니지보다 유저수가 높은 게임은 많다. 하지만 리니지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게임은 없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리니지2M 출시 후 3개월간 유저 1인당 평균 과금액은 30만원에 육박했다. 다른 게임에서는 성립될 수 없는 숫자다. 보통은 무-소과금 유저 비율이 훨씬 크기 때문에 많아야 수만원 선에서 금액이 형성된다. 리니지는 과금 유저의 비중, 최상위권 유저의 과금 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이런 특징은 리니지가 가진 사회과학적 특성에 기반한다. 모바일 리니지는 유저의 사회적 욕구를 자극한 상품이자 사업모델로 꼽힌다. 그외 게임들의 문법으로 풀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리니지 IP 초창기부터 권력욕구를 자극하는 사회 시뮬레이터에 가까웠던 것이다.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강해질수록 피부에 와닿는 체감을 부여했다. 필드에서 아무도 내 캐릭터를 건드리지 못하며, 마음대로 세금을 걷을 수 있다. 중요한 보스와 사냥터는 모두 최강 혈맹의 것이었다. 그만큼 경쟁에서 밀릴 경우 박탈감 역시 크다.

리니지2M 플레이 당시, 약하면 그저 죽어야 했다

"억울하면 강해져야 한다"

리니지 특유의 권력 욕구를 모바일 BM으로 풀어낸 첫번째 형태가 리니지M이었다.

모바일로 넘어온 뒤로는 자동사냥에 의존하기 때문에 체감이 몇개 늘어난다. 자리를 조금 비우면 죽어 있으며, 컨트롤 변수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 집단 단위의 박탈감은 다시 강해지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곧 추가 과금으로 이어진다.

리니지M과 2M을 대변하는 동기부여가 '조롱메시지'다. PvP에서 상대방을 이겼을 경우 미리 설정해둔 메시지가 그 상대에게 출력된다. 메시지는 자신의 혈맹원, 심지어 상대방의 친구와 혈맹원에게까지 메시지가 노출된다. 최대한 모욕감을 안겨주면서 승부욕을 끌어내려는 의도다.

자연스럽게 그 서버의 유저 모두가 혈맹별 상하관계를 인지하게 된다. 어느 진영이 권력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도 극단적으로 갈린다. 자연스럽게 정치와 권모술수, 경제적 거래가 벌어진다.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금 욕구도 늘어난다.

경쟁의 신규 리그

중요한 것은 경쟁 그 다음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24시간 자동사냥이 돌아가기 때문에 노력만으로 구도를 뒤집기 어렵다. 권력구도가 굳어지면 경쟁 낙오 유저는 이탈하게 된다. 그런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가 주기적으로 필요해진다.

리니지를 표방한 게임들은 신규 서버를 계속 오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초기화된 월드를 제시해 처음부터 도전할 수 있는 경쟁터를 만드는 것. 유저 수가 늘지 않는 게임이 매달 신규 서버를 만들어낸다면 이런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리니지는 신규 서버로 해결하기 힘들다. 지불 금액과 경제활동 크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큰 서버로 통합되는 움직임이 벌어진다. 서버를 통합한 경쟁의 장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니지와 리니지2에 이은 리니지 모멘텀이 필요했다.

트릭스터M은 경쟁 구도에서 이탈한 유저들을 위한 또 하나의 필드로 풀이된다. 원작 트릭스터의 그래픽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한편, 새로운 경쟁을 위한 동기를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것. 리니지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픽에 이끌려 들어온 유저 중 소수라도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리니지3M'이라는 표현은 분명, 트릭스터M의 본질을 반영하고 있다.

상품으로서, 작품으로서

엔씨는 트릭스터M을 통해서, 과거 IP 감성이나 새로운 게임성보다는 '리니지의 법칙'을 이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표출했다.

엔씨 차기 신작은 블레이드앤소울(블소)2, 아이온2로 이어진다. '리니지화'가 진행될지는 엔씨의 선택에 달렸지만, 적어도 블소2는 리니지를 떠올리게 하는 신규 시스템이 노출되고 있다. 무기에 따라 클래스가 바뀌며, 펫 개념이 도입된 것이 그 힌트다.

'상품 판매'의 개념에서 접근할 경우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 리니지는 검증된 사업모델이다. 트릭스터M은 리니지 형제와 더불어 매출 TOP3 싹쓸이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경쟁을 통해 높은 매출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작품으로서 높이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개성이나 새로움은 없다. 모든 바구니에 리니지 시스템을 담는다면, 장기적인 안정성 역시 보장할 수 없다. 원작 트릭스터의 매력을 지키겠다는 출시 전 약속 역시 흐릿해졌다.

엔씨는 과거 '게임은 문화다' 캠페인에 적극 참여한 적이 있다. 지금 트릭스터M이 계승한 리니지의 모습은, 게임이나 문화보다 공산품에 가깝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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