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게임을 만드는 일은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는 더욱 어렵죠. 

이 2개 과제를 완벽한 수준으로, 그것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소화해낸 인디게임이 있습니다. 사요나라 와일드하트(Sayonara Wild Hearts), 스웨덴 개발사 Simogo에서 2019년 출시한 리듬 레이싱 액션게임입니다. 

애플 아케이드에 선출시 후 스팀으로 나왔고요. 스팀 4,600여개 리뷰에 긍정 평가 97%,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호평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만듦새와 개성에 비해 국내엔 덜 알려진 편입니다. 이렇다 할 매체 리뷰도 별로 없고요. 알음알음 추천하기도 어렵습니다. 트레일러만 보면 대체 무슨 성격의 게임인지 감도 잡히지 않으니까요.

외국 인디게임을 조명할 때 먼저 꺼내고 싶은 이름입니다. 그럴 가치가 있거든요. 강렬하고 경쾌하며 감성적이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오롯한 정체성을 지녔습니다.

장르 정의부터 어렵습니다. 가장 짧게 표현하면 리듬게임이지만, 리듬은 거들 뿐이죠. 혼합 아케이드에 가깝습니다. 음악과 환상 속에서 감정을 되찾기 위해 달리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립니다.

20여종의 스테이지는 모두 별개의 사운드트랙입니다. 스테이지마다 지정된 팝 음악이 흘러나오죠. 유저는 환상적인 세계 속을 질주하면서 하트를 얻고 장애물을 돌파합니다. 첫 스테이지는 오디오서프나 그루브코스터와 같은 순수 리듬레이싱처럼 보이는데요. 다른 스테이지로 넘어갈수록 게임 방식이 변화무쌍하게 변화합니다.

'Let`s POP!'은 게임을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사운드트랙은 1990년대 팝 뮤직을 생각하게 하는 장르로 구성됐는데요. 청각과 시각 모두 그에 맞는 역동적인 연출로 무장했습니다. 네온사인의 색감은 사이버펑크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고요.

초반과 결말의 나레이션을 제외하면 대사는 없습니다. 오직 게임 연출과 등장인물의 몸짓(마임)으로 이야기가 표현되죠. 이 모든 시청각 효과는 게임 전체를 비주얼 아트로 전시해도 무방할 만큼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개발진이 뭔가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그렇다고 예술성만 추구한 게임도 전혀 아닙니다. 게임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한치도 쉬지 못할 만큼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비결은 '속도감'에서 나옵니다. 화면을 360도 회전하며 뚫고 나아가는데, 앞서 말한 네온 색채와 사운드 효과로 인해 엄청난 속도를 표현해냅니다. 일반적인 레이싱게임에서도 체험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게임 템포도 역동적입니다. 스테이지와 음악 흐름에 따라 게임 장르는 제멋대로 날뛰죠. 레이싱을 하다가 타이밍 버튼액션이 들어가는가 하면 탄막슈팅, 잠입액션, 활쏘기 등 온갖 플레이로 전환됩니다. 그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스테이지에 따라서는 핑거 스냅을 활용한 현실-환상 교차 연출도 백미고요.

환상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했는데, 그 연출 자체를 게임으로 승화시켜버린 셈입니다. 1인칭, 쿼터뷰, 탑뷰 등 세상 모든 시점이 플레이에 있습니다. 마침내 질주를 끝내고 결말에 도달하면, 주인공은 하트를 모아 점수를 쌓아온 의미를 찾게 됩니다. 

사요나라 와일드하트의 엔딩까지는 불과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격은 스팀 기준 1만원이 넘고요. '가성비'가 없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구현한 인터렉션을 즐기기에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컨트롤에 자신이 없다고 해도 누구든 엔딩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같은 부분에서 여러번 사망하면 그 부분을 자동으로 넘어가게끔 가이드가 있거든요. 아무리 못해도 웬만하면 브론즈 랭크는 달성 가능하고, 랭크가 낮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3D게임 멀미에 약하다면 이 게임과 상극입니다. 광과민성 증후군 유저도 위험할 수 있고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즐겨봐야 할 게임입니다. 지금 바로 눈과 귀를 활짝 열고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정을 건드리는 팝 뮤직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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