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고의 신데렐라 게임이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가 이터널리턴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한다. 출시일은 7월 22일, 이터널리턴은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의 '리턴 네임'이다. 원작 블랙서바이벌과 혼동을 피하고, 글로벌 서비스와 명칭을 통일하려는 의도다.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한 작년 10월이었다. 쿼터뷰 시점의 MOBA 장르, 여기에 배틀로얄을 혼합해 독특한 게임성을 보였다. 서비스 초기 1천명을 겨우 채웠던 유저는 눈부시게 늘었다.

스팀 최대 동시접속자 5만 2천명, 이 숫자에 담긴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님블뉴런은 인디게임으로 분류될 만큼 작은 개발사였다. 출시한 게임은 연달아 실패했고, '영원회귀'를 들고 퍼블리셔를 찾아다녔지만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다. 김남석 대표는 "막막한 사정 속에서도 유저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적'은 작은 계기에서 시작됐다. 얼마 되지 않는 마케팅 예산을 전부 털어 광고방송에 투자했고, "기왕이면 일회성 방송보다 대회를 열어보자"는 한 스트리머의 제안을 받아들여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회를 보고 흥미를 느낀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존폐를 걱정하던 게임 서버는 수많은 유입 유저로 넘쳐났다. 대회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열고, 대회 종류도 늘어났다.

지금 이터널리턴의 일일 최대 동접자는 1만명 정도다. 화제가 정점일 때에 비해 대폭 내려갔지만, 여전히 온라인게임 중 활발한 규모다. 카카오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뒤 개편 속도는 빨라졌다. 과거 영원회귀 시절부터, 현재 이터널리턴에 이르기까지 개선해야 할 과제는 많았다.

'구조적', 이터널리턴 유저 사이에서 밈처럼 사용되는 단어다.

구조적으로 불합리하다거나, 구조적으로 불쾌하다는 등의 표현으로 쓰인다. 극상성 캐릭터를 만나거나, 초반 운이 따라주지 않아 성장이 늦어졌을 경우 변수 없이 당해야 하면서 나온 말이다. 사망 전부터 자신의 미래를 직감하는 일이 많아지자 긴장감은 줄어들었다.

이기는 입장에서도 썩 상쾌하지 않았다. 자신이 멋진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기보다, '이길 만하니 이겼다'는 심정이 먼저 스며들곤 했다. 배틀로얄은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싸움이 짜릿해야 하지만, 승리의 성취감보다 패배의 무력감이 더 큰 시스템이다.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게임이 흘러가는 것도 개선사항이었다. 캐릭터별 최적의 루트는 고정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하려면 파밍 과정부터 숙달되어야 했고, 하드코어 유저를 제외하면 다양한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이것은 밸런스 문제에 민감해지는 근본 원인이기도 했다. 이터널리턴이 다른 MOBA 게임들에 비해 캐릭터별 격차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캐릭터를 다양하게 바꾸기 어려운 만큼, 약해졌다고 체감할 때 느끼는 박탈감은 다른 게임보다 컸다. 그로 인해 밸런스 논쟁이 과열되고 만족도는 줄어들고 있었다.

혜진과 자히르를 주로 플레이했고, 최근 스쿼드에 사용하기 위해 수아를 연습하고 있다. 모두 밸런스 조정이 잦은 캐릭터다. 혜진 성능이 너무 떨어졌던 4월경 게임 삭제 충동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접속한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이 아직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이터널리턴은 여전히 재미있다. 매 판에 너무 큰 의의를 두지 않고 빠르게 다음 큐를 돌리게 되는 마력도 여전하다. 개성 있는 신규 캐릭터들, 동기부여를 이끄는 랭크 시스템 역시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비결이다.

시즌2에 시작된 게임 전면 개편도 접속을 끊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임시 안전지대 생성으로 최종 금지구역 티밍 현상을 완화했고, 팀원 루트를 편하게 확인하는 기능도 게임 질을 높였다. 유저제작 루트를 편하게 고르고 선택하도록 한 것도 좋은 패치였다.

카카오게임즈 플랫폼도 스팀 글로벌 유저와 같은 서버다. 많은 신규 유저가 배틀로얄 MOBA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길 바라게 된다. 님블뉴런도 카카오게임즈도 아직 갈 길은 멀다. 님블뉴런이 밝힌 각오처럼, 더 많은 유저와 함께 정식출시까지 만들어가길 빈다. 발전은 이제부터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