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의 회심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프라이프 3편은 아니지만 그에 견줄만한 임팩트를 지닌 UMPC(Ultra Mobile PC), ‘스팀덱’이다. 

스팀덱은 PC, 콘솔게임 유저와 함께 얼리어답터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기기다. 하드웨어 스펙과 지원 기능, 가격을 감안했을 때, 월등한 가성비가 특징이다. 64GB 기본 모델이 399달러(한화 약 45만 원)으로 책정되어, 비슷한 기종의 UMPC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이다. 

스펙은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외신에 따르면 하드웨어 성능은 PS4와 Xbox One과 견줄 정도다. 포탈2, 데스스트랜딩,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 등을 원활히 구동했고 별도의 독으로 모니터와 연결해 PC처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상도와 주사율은 7인치 크기 화면에 1280x800, 60Hz를 지원한다. 주사율은 1초에 얼마나 많은 장면을 보여주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화면 전환이 매끄럽다. FPS게임이나 레이싱게임의 경우 주사율이 중요한데, PC나 콘솔에 버금가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최대 40Whr로 게임 스트리밍, 소규모 2D 게임, 웹서핑처럼 부담이 적은 활동을 할 경우 최대 7~8시간을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스팀덱이 출시되면,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닌텐도 스위치가 될 전망이다. UMPC와 휴대용 콘솔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닌텐도 스위치를 의식한 밸브 게이브 뉴웰 사장의 인터뷰와 하드웨어 유사성, 파격적인 가격 정책 등을 미루어봤을 때, 밸브가 닌텐도를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스팀덱의 가장 큰 장점은 스팀 플랫폼의 존재다. 밸브가 제작한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발사의 게임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다. 높은 할인율 역시 장점이다. 주요 타이틀 가격을 방어하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에 비해, 밸브의 할인 이벤트는 파격적인 할인율과 묶음 할인으로 유명하다. 

오픈 플랫폼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스팀덱은 기본 탑재된 스팀OS를 초기화하고 윈도우를 비롯한 타 OS 설치가 가능하다. 이론상 스팀에 등록되지 않은 게임이나 유플레이,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타사 런처로 게임을 구동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은 콘솔에서 찾기 힘든 모딩을 비롯한 커스터마이징 활용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와 직접적인 대결구도를 펼쳤을 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두 기기의 영역이 휴대용 콘솔과 UMPC로 엄연히 다르고 독점 타이틀의 유무 여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좀처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젤다의 전설, 마리오와 같은 특정 게임들은 닌텐도 스위치가 아니면 플레이할 수 없다. 독점 타이틀은 콘솔 기기를 구매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스팀덱은 스팀으로 출시되거나 설치한 OS로 구동 가능한 게임이라면 실행할 수 있다. 폭넓은 게임풀은 장점임과 동시에 한편으로 스팀덱의 독점 타이틀은 약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드웨어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스팀덱은 콘솔과 달리 고사양 AAA급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1280x800 해상도로 구동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높아지는 게임 사양 특성상, 미래에는 옵션의 상당 부분을 타협해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대결 구도는 스팀덱이 출시된 이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 관건은 유저들에게 남길 첫인상이다. 독점작의 유무, 성능도 중요하지만 컨트롤러와 배터리, 무게, 디자인, 결함 등 하드웨어도 구매의사에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완성도가 잠재적 한계를 극복할 만큼 높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미, 유럽 시장에서의 반응은 더할 나위 없이 뜨거운 상황이다. 예약판매를 시작한지 2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베이에서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스팀덱을 되파는 리셀러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팀덱은 그동안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한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반격이 될 수 있다. 밸브의 전략적인 가격 책정과 기기의 방향성에는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스팀덱의 출시는 휴대용 게임기의 새로운 세대 출현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팀덱과 닌텐도 스위치의 대결은 미래 게임계를 바꿀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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