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죽었네? 이번엔 뭐가 나올까?”

죽음이 아쉽지 않은 게임이 있다. 하데스, 수많은 게임팬들과 각종 시상식에서 최강으로 떠오른 게임이다. 

출시 4일만에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스팀에서 98%의 압도적 긍정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GDC, BAFTA, SXSW 등의 시상식에서 라스트오브어스2, 고스트오브쓰시마를 물리치고 올해의 게임상을 거머쥐며 인디게임으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외견이 압도적인 게임은 아니다. 2D 그래픽과 로그라이트 구성, 신화를 모티브로 잡은 캐릭터와 아이템은 여러 인디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러나 사망할 때마다 다음 이벤트를 향한 흥미로 채워진다.  

하데스는 죽음의 두려움을 내러티브로 버무렸다. 주인공 자그레우스는 끝없이 실패하지만 좌절의 순간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타난다. 액션RPG 탈출기와 그리스 신화 변용이야말로 하데스의 게임성이다. 

일반적인 로그라이트 게임은 시시포스의 형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엔딩을 향해 바위를 무한히 굴려야 한다. 엔딩을 위한 일이라지만 반복하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독특한 로그라이트 게임은 이 부분에서 변화를 꾀한다. 

하데스는 자그레우스의 지옥 탈출기를 그린 게임이다. 지옥의 왕자는 모종의 사건으로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진실을 찾아 지옥을 탈출해 지상 세계로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지옥의 것은 쉽게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신화적 설정에 맞춰, 온갖 고난들이 앞길을 막는다. 

유저는 자그레우스를 조종해, 방마다 등장하는 적을 제압해야 한다. 자그레우스는 검, 활, 창과 방패 등 다양한 무기를 다루고 올림포스 신들로부터 은혜를 받거나 아이템으로 공격을 강화한다. 던전마다 적을 제압하고 능력치를 강화하는 방식은 여느 로그라이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점은 자그레우스가 탈출에 실패했을 때 발생한다. 아버지이자 지옥의 관리자인 하데스의 세력은 필연적으로 자그레우스를 압도할 만큼 강하게 설정되어 있다. 사망하면 지금껏 모아왔던 금화와 무기, 은혜 강화 수치, 진행상황이 초기화된다. 

하지만 완전한 초기화는 아니다. 캐릭터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밤의 거울을 시작으로 다양한 신화 속 캐릭터와의 인연, 호감도 아이템, 궁전에 설치한 꾸미기 요소는 남는다. 반복적으로 죽더라도 스토리가 조금씩 진행되어, 새로운 강화요소들이 등장한다. 

하데스의 장르가 로그라이크가 아닌 로그라이트로 분류되는 이유다. 무의미하고 치명적인 죽음의 가치를 편의성으로 재활용한 것이다. 

특히, 자그레우스의 대화는 게임을 풀어가는 키워드이자 흥미 요소이다. 사망할 때마다 되돌아가는 하데스의 집에는 하데스, 닉스, 히프노스, 아킬레우스 등 수많은 신화 속 인물들이 그를 기다린다. 풀보이스로 더빙된 이들의 대화는 그리스 신화 기반의 유쾌한 변용과 더불어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호감도 아이템 수급으로 이어진다. 

하데스는 30만 단어가 넘는 스크립트와 다양한 전략과의 만남이다. 두 특징의 결합은 RPG의 재미와 비슷하다. 성장하고 사망할수록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하고 주인공을 대하는 NPC의 반응 또한 매번 달라진다. 이는 새로운 인상으로 다가온다. 모든 지문과 전략 선택지를 파기 위해서라도 플레이타임은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몰입도 또한 높아진다. 

내러티브와 함께 하데스를 떠받치는 숨은 공신은 음악이다. 강렬한 전자악기를 중심으로 구성한 BGM이 각 스테이지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양과 질에서 모두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주며, 특히 보스전에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이야기 상황에 따라 긴박하거나 중후한 분위기의 음악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GDC는 하데스에 대해 배스천의 액션과 트랜지스터의 분위기, 파이어의 스토리텔링을 한데 집약한 게임으로 평가하며, 올해의 게임상을 시상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공감할만한 심사평이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는 핵앤슬래시 액션과 완성도 높은 분위기,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내러티브로 하데스를 증명했다. 

하데스는 여러 교집합을 가진 게임인 만큼 다양한 매력을 어필한다. 지옥 왕자의 가출기는 신화의 비극과 달리 무겁지 않고 여느 로그라이트처럼 절망스럽지 않다. 특히, 아쉬운 볼륨과 반복적인 플레이를 지우는 내러티브 구성은 인상적이다. 26,000원의 가격에 비해, 가치가 차고 넘치는 진화형 로그라이트라 볼 수 있다. 

애써 은혜를 모으고 무기를 업그레이드해도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데스의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다. 죽음을 향한 거부감은 진입장벽이 아니다. 이 정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올해의 게임급 재미는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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