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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발굴기] 아이돌매니저, 러시아산 본격 '경영'게임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8.09 19:47

아이돌은 매력적인 게임 소재입니다. 리듬, 육성, 연애를 비롯해 스토리 어드벤처나 생존게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아이돌을 만들고 성장시켜서 결말을 맞이하는 일련의 과정에 무수한 이야기가 결합될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아이돌매니저는 러시아 인디 개발사 Glitch Pitch에서 만든 아이돌 기획사 경영게임입니다. itch.io에서 긴 시간 베타테스트를 거친 끝에 스팀에 7월 27일 출시했죠. 일본 연예계 배경에서 초보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육성하고 기획사를 경영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목이나 타이틀 일러스트 때문에 아이돌마스터나 러브라이브 같은 알콩달콩(?)한 커뮤니케이션 게임으로 짐작하기 쉬운데요.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게 됩니다. 콘텐츠가 방대한 것은 아니지만, 꽤 '딥'한 경영 시뮬레이션입니다.

시작은 카이로소프트의 타이쿤 게임들이 생각날 만큼 간단해 보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을 발굴하고, 사무실에 필요한 시설을 지은 뒤 스탭을 채용합니다. 싱글 제작, 광고 촬영 등 아이돌 활동과 관리를 해나가며 기획사 목표를 수행하게 됩니다. 물론 파산은 피해야 하고요.

하지만 이 게임,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임대료와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연구 투자도 함께요. 아이돌 멤버들 역시 각각 월급을 줘야 하고, 지나치게 적으면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특정 멤버만 지나치게 높아도 다른 멤버 만족도가 내려가고요. 

컨디션 관리도 난제입니다. 수익 활동과 팬증가 활동을 병행하려면 아이돌의 스테미너와 멘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부상이나 우울증에 걸려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튜토리얼에서 알려주지 않는 부분인데, 게임 시작과 함께 휴게실은 꼭 짓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도 관리하기 까다롭지만요.

일단 콘서트를 열게 되면 살림살이가 한결 나아진다

아이돌매니저에서 가장 잘 짜인 시스템은 아이돌 인간관계입니다. 혹자는 크루세이더 킹즈가 떠오른다고 할 정도인데요. 단순히 호감이나 비호감이 결정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이돌 멤버들은 각자 친목에 따라 파벌을 형성하고,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바깥 연애를 금지하면 멤버끼리 연애를 하기도 합니다. 특정 멤버를 지나치게 푸쉬하면 갈등도 생기고, 심지어 이지메(왕따)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멤버간 사이가 좋지 않으면 팀 결속력이 망가집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멤버는 계속 멘탈이 깎이고, 심할 경우 탈퇴하기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로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협상해야 하고요. 자주 괴롭히는 아이돌의 약점을 잡거나 강제 은퇴시키는 해결법까지 있습니다. 여러모로 인간관계의 심연까지 닿은 게임입니다.

스캔들 대처 잘못하면 위약금이 날아가는 순간

국내에서도 비슷한 게임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19년경 모바일로 출시해 화제가 된 월간아이돌이 그것이죠. 스탭을 고용하고 장르와 콘셉트를 정해 음반을 만드는 시스템, 아이돌과 정산 비율을 정하며 악덕 사장의 유혹을 받는 점, 멤버가 사고를 쳤을 때 대응해야 하는 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서 유사합니다. 

아이돌매니저는 조금 더 '까다로운 선택'을 유도하면서 차별점을 둡니다. 한국과 일본의 세계관 차이도 있지만, 광고 위약금처럼 선택을 삐끗했을 때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크게 마련했죠. 대형 광고가 2개 정도만 한번에 터져도 초반에는 파산 위기까지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랜덤으로 발생하는 스캔들 이벤트는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립니다. 실제 아이돌에게 일어날 만한 사건사고 속에서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데요. 사건에 따라 멤버가 직접 사과하는 대응이 맞을 때도, 무시가 정답일 때도 있습니다. 이벤트 종류도 꽤 많이 준비됐습니다. 40시간을 플레이했지만 똑같은 이벤트를 두 번 보는 일은 없었을 정도니까요. 

아이돌마스터 모드를 깔았을 경우 오디션 화면

아이돌매니저도 곳곳에서 인디게임의 한계를 보이긴 합니다. 콘텐츠 자유도는 아주 적어요. '일정 수준 커지면 루즈해진다'는 장르의 고질병도 공통적입니다. 콘서트만 열려도 돈 걱정은 크게 할 일이 없고, 극장을 짓고 영상송출 연구까지 끝내면 사실상 돈은 무제한으로 쏟아집니다. 

대신 스토리 모드가 동기부여를 이끌어냅니다. 험난한 아이돌의 뒷세계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이 많죠. 챕터4에 들어서면 중요한 분기가 갈라지고, 여기서 멀티엔딩이 만들어집니다. 스토리 모드 엔딩만 봐도 돈값은 하고 남을 분량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한국어 패치를 제작하고 있는데, 완전하지 않아도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큰 호재는 유저 모드 활성화입니다. 모드 개발과 적용이 굉장히 유연하거든요. 지금 화제라면 콘텐츠가 끝도 없이 쏟아질 잠재력도 있습니다. 일러스트나 커스터마이징 추가는 물론, 이벤트와 스토리까지 제작 가능합니다. 이미 많은 모드가 공개되고 있고요.

아이돌매니저는 저예산 캐주얼 시뮬레이션이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친숙한 소재로 의외의 진지함을 보여줬고,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시스템에 집중했습니다. '진짜 연예계'를 배경으로 기획사를 운영해보고 싶다면, 후회 없이 해볼 만한 게임입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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