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게임은 잠재력 하나로 꾸준히 화자가 되고 있는 분야다.

과거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만화나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는 다양했지만 반대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영상물의 연출을 게임으로 따라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이선스 비용 또한 부수적으로 뒤따르다보니, 개발사가 짊어지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예외는 드래곤볼과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 정도다. 해당 시리즈들은 원작을 초월한 연출로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원피스 IP(지식재산권) 게임처럼 원작의 파급력에 눌려, 퀄리티 측면에서 아쉬움을 샀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게임들의 수준이 상승했고 실적 면에서도 게임사를 견인하는 사례가 여럿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 받는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경쟁력에 대한 확신도 자라나고 있다. 

넷마블에서 출시한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는 국내외에서 모두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케이스다. 글로벌 출시 하루만에 130만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고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 국가 앱스토어 매출 10위권에 올라섰다. 지난 2월에는 글로벌 다운로드 3,000만을 축하하는 기념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의 흥행은 실적뿐만 아니라 게임이 가지는 의미 측면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콘솔 수준의 애니메이션 연출과 콘텐츠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연출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은 원작과 캐릭터들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의 사례로 애니메이션 게임화의 서구권 수요까지 확인한 만큼, 향후 개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모바일게임이 흥행하는 사례 역시 눈여겨볼만하다. 퀄리티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IP의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고 나름의 디자인과 게임성을 보여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DeNA가 개발한 슬램덩크 모바일이 대표적이다. 고전 아케이드 시절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던 슬램덩크 IP를 다시 흥행가도에 올려놓았다. 간단한 조작과 SD 캐릭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술 연출을 토대로 출시 이후 인기 순위 상위권에 머무른 바 있다. 

일본 시장은 드래곤볼 레전즈와 드래곤볼Z 폭렬격전이 드래곤볼 IP 게임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드래곤볼 레전즈는 반다이남코 사상 가장 많은 450만 명의 사전예약자를 기록했으며, 드래곤볼Z 폭렬격전 역시 누적 다운로드 3억 5천만 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제 모바일 플랫폼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연출과 그래픽을 게임으로 지원하기에 충분한 기술적인 역량과 노하우를 쌓았다. 애니메이션 속 명장면이나 캐릭터를 구현한 3D 모델링이나 라이브2D 기술 역시 인게임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게임화가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는 게임의 소재 측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반경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글로벌 규모로 누적된 최신 애니메이션들이 장르별로 포진하고 있어, 활용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국내는 빅게임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블랙클로버 모바일이 2022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빅게임 스튜디오는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의 개발을 총괄한 최재영 대표가 설립한 개발사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원작과 비교해 이질감 없는 캐릭터와 연출로 스토리의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앞선 흥행 사례의 경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화풍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출과 게임성에 원작의 특징과 매력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녹였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 게임의 개발 과정이 원작을 재현하는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흥행을 위해 창작의 영역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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