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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를 추억하며' 포켓몬고, 5년 만에 다시 켜봤다
이종호 기자 | 승인 2022.01.28 12:23

"누구나 가슴속에 피카츄 한 마리는 있잖아요."

필자는 포켓몬 그림자만 봐도 이름과 속성, 스킬까지 알던 포덕이었다. 어릴 적 장래 희망에 포켓몬 마스터라고 적었다가 혼나기도 했다. 포켓몬스터 만화, 게임, 영화. 카드 안 해본 것이 없었다. 

2017년 포켓몬고의 출시는 포켓몬 마스터란 나의 꿈을 이룰 기회였다. 걷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를 매일 걷게 했고 누워있다가 집 근처 수목원에 망나뇽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달려 나간 적도 있다. 추운 겨울 임에도 공원에는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스마트폰 터치가 가능한 장갑은 불티나게 팔릴 정도였다.

포켓몬고 열풍은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엄청났다. 2016년 여름 속초를 비롯한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고 플레이가 가능했고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은 속초로 모였다. '속초행 버스 매진', '서울-속초 셔틀버스 등장' 뉴스에는 포켓몬고와 관련된 소식들이 등장했고 속초시는 무료 와이파이 맵을 제공했다.

속초를 태초마을로 만들었던 포켓몬고가 어느덧 국내 출시 5주년을 맞았다. 입대와 바쁜 일상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나의 포켓몬들을 추억하며 구석으로 밀려나 있던 게임 어플을 다시 실행시켜봤다.

다시 생각해보니 포덕이란 말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분명 전역 후 유럽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없었던 5, 6세대 포켓몬이 등장해 있었다. 5세대는 2019년 9월, 6세대는 20년 12월 업데이트됐다. 만화로 이 포켓몬을 접한 경험도 없었기에 내가 모르는 게임을 시작한 느낌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포켓몬을 잡는 것도 포켓몬고를 즐기는 하나의 재미다. 비어있던 도감을 채울 땐 묘한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게임이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다. 

포켓몬고의 강점은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형성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유럽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포켓몬고에는 지역 한정으로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이 존재한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진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당시 운 좋게 콜롬비아 유저를 만나 나는 아시아 포켓몬인 파오리를 주고 남미에서만 잡을 수 있는 헤라크로스를 받았다. 먼 타지에서 포켓몬고 유저를 만나 친구가 되고 서로 포켓몬을 주고받았다. 지우가 모험을 떠나며 친구 사귀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

오랜만에 살펴본 나의 친구 목록엔 선물들이 쌓여있었다. 선물이 온 친구 옆에 ‘2일 전 이상’은 선물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2일 이상이 경과했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친구가 언제 접속했는지 알 수 있다. 목록을 보니 단 한 명의 친구가 살아남아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게임을 여전히 즐기는 친구를 발견한 느낌은 추억 이상의 감정이다.

친구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부터 포켓몬고 커뮤니티는 존재했다. 주로 특정 포켓몬이 많이 출현하는 '둥지', 실시간으로 잠만보, 망나뇽 등 희귀 포켓몬이 뜬 위치를 공유했다. 이런 커뮤니티의 정점을 찍은 것은 레이드의 등장이다.

5성 레이드를 공략하기 위해서 최소 12~15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하다. 지역 오픈 채팅에는 '0시 00에서 레이드 파티 구합니다'란 채팅이 올라오고 인원수가 충족되면 레이드를 하기 위해 모인다. 오픈 채팅은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레이드 하다 고개를 잠시 들어보면 모두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서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포켓몬고에도 변화가 생긴다. 거리두기를 비롯한 규제 때문에 유저들이 모여서 레이드를 하기 어려워졌다. 포켓몬고는 리모트 레이드 패스가 등장하며 유저들이 어디서나 레이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커뮤니티에서 인원들을 구하고 친구를 초대한다. 심지어 외국에 있는 유저들과 교류하며 지역 포켓몬 레이드에 초대받기도 한다. 

포켓몬고는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MMORPG는 게임 안에서 다른 유저와 관계를 맺고 캐릭터 체력을 관리하지만, 포켓몬고는 현실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의 체력을 신경쓰게 만든다. 혼자 하는 게임으로 출발해 함께하는 게임으로 진화했다. 

'오늘도 지우와 피카츄의 모험은 계속된다'란 포켓몬스터의 엔딩 멘트가 기억난다. 포켓몬스터의 엔딩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포켓몬고에도 이 멘트가 적용되는 것 같다. 어플을 종료해도 우리의 포켓몬은 체육관을 지키고, 우리가 걷는 길을 함께한다. 

"5년이란 시간이 경과했지만 여전히 포켓몬고와 우리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이종호 기자  bello@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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