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리니지 중심의 IP(지식재산권)에서 벗어나, 다양한 라인업으로 글로벌 진출에 도전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리니지 중심의 모멘텀에 변화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리니지W가 두 달간 3,576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매출 감소, 신작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 인건비의 상승이 겹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블레이드앤소울2를 두고 촉발된 부정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블레이드앤소울2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성, 과금모델로 혹평을 받았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즉각 사과하며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 9월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둘러싼 외부 반응이 냉담하다.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실적발표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3분기 리니지W를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 출시하고 NFT 기술 적용도 공개했다. 

무엇보다 실적 이상으로 눈길을 모았던 소식은 신작이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TL의 정식명칭을 쓰론 앤 리버티로 처음 소개했다. 쓰론 앤 리버티는 그동안 TL(더 리니지)로 알려졌던 프로젝트로, 개발 도중 리니지가 아닌 신규 IP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은 PC와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풀 3D MMORPG로 4분기 글로벌로 출시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홍원준 CFO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압도적 비주얼을 갖춘 정통 MMORPG로 전 세계를 타깃으로 잡은 게임인 만큼 12개 언어로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전날 공개된 4종의 라인업도 리니지가 아닌 신규 IP들로 밝혀졌다. 엔씨소프트는 티징 영상으로 프로젝트E, 프로젝트R, 프로젝트M, 블레이드앤소울S(BSS), 쓰론 앤 리버티를 소개했는데, 블레이드앤소울S를 제외하면 모두 신규 IP다. 장르 역시 MMORPG뿐 아니라 액션 배틀로얄, 인터랙티브 무비, 수집형RPG로 다각화했다. 

프로젝트E는 플레이 영상 대신 시네마틱 트레일러만 공개되어 구체적인 장르 추정은 어렵지만 탈과 갓, 용포 등 전통 의상이 등장하고 무속신앙과 관련된 물건도 등장하면서 조선시대 판타지 배경임을 유추할 수 있다. 

프로젝트R은 액션 배틀로얄이란 엔씨소프트의 설명을 종합했을 때, 배틀라이트, 이터널리턴처럼 점차 줄어드는 전장에서 생존하는 MOBA식 게임일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M은 모션 캡처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터랙티브 무비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를 내지 않았던 엔씨소프트의 방향성에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블레이드앤소울S는 4년 전 첫 공개 당시, 블소 원작에서 3년 전 이야기를 다루며, 진서연, 홍석근 등 블소 스토리의 중심인 영웅들을 직접 플레이로 체험하는 MMORPG다. 주요 인물들이 4~5등신의 귀여운 SD캐릭터로 등장해 격전을 벌이는 모습이 등장해 게임의 큰 기조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쓰론 앤 리버티는 수많은 유저들이 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이는 보여주면서, 대규모 전투가 핵심 콘텐츠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5종의 신작 가운데 출시 일정이 가장 먼저 확정된 게임인 만큼 캐릭터나 몬스터의 움직임을 비롯한 연출들을 가장 오랫동안,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다수의 신작을 동시에 공개하며 엔씨소프트의 달라진 개발 방향성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엔씨소프트가 완성을 앞둔 소수의 신작을 출시 일정에 맞춰 공개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앞으로 개발 단계부터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다수의 신작에 적용하는 R&D 전략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홍원준 CFO는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신작 파이프라인을 촘촘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3월부터 신작을 시장에 공개하고 의견을 듣겠다”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통해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주목할 만하다. 블레이드앤소울2 이후 선보인 리니지W는 국내 양대 마켓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해부터 선보일 신작들 역시 성과에 따라 실적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릴 여력이 있다. 3분기부터 북미와 유럽 등 2권역 출시를 앞둔 리니지W에 NFT가 도입되는 부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게임의 개성과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엔씨소프트가 갖춰야 할 조건은 종전과 다른 비전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둔만큼 탈(脫) 리니지 기조는 어느 때보다 확연히 달라야할 필요가 있다. 

게임사의 기조가 바뀌는 것은 단순히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출시작의 장르가 변화하고 R&D의 흐름이 달라진다.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기조로 포문을 연 것은 장르 확대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위한 자기반성의 결과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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