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과 총기가 공존하는 판타지 ‘타이니티나의 원더랜드’가 흥미로운 모습으로 완성됐다. 

시리즈 최고라고 평가받는 보더랜드2 DLC ‘타이니티나의 드래곤 요새 습격’을 기반 시스템으로, 폭탄마니아 타이니티나와 밸런타인, 프렛 그리고 유저 4인이 보드게임 벙커&배드애스를 즐기는 세계관으로 시작된다. 

보더랜드 시리즈가 블랙코미디를 다수 사용해왔는데, 과거 DLC가 그러했듯 이번 원더랜드 세계관도 NPC들의 대사들이 난무하고 눈앞에서 퀘스트가 변화하는 등 정신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더왕, 잭과 콩나무 등을 패러디해 흥미롭게 재해석했고 고블린의 자유와 탈출을 위한 모임인 고자탈모, 메탈밴드 소재의 내용 역시 유쾌한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음성 더빙은 준수하게 느껴지며, 한글 자막을 기본으로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영어나 다른 언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세계관의 변화는 있으나 보더랜드 시리즈를 관통하는 루터슈터의 재미는 여전하다. 근접무기, 마법부여로 액션 방식의 변화가 느껴지며, 새로운 아이템 등급으로 파밍해야 할 것들이 대폭 증가했다. 


<주인공과 함께하는 내러티브, 메인 빌런 용의 군주>

보더랜드 시리즈가 스토리를 보고 하는 게임은 아니다. 무기를 파밍하고 사용해보면서 여러 전투스타일을 즐기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내러티브는 게임을 끌고 가는 힘이다. 그래서 메인 빌런은 중요하다.

시리즈의 대표 빌런을 논할 때 유저들이 전작의 쌍둥이보다 핸섬 잭을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내러티브 요소 때문이다.

신작의 메인 빌런 ‘용의 군주’는 게임의 초반부터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2K가 리뷰어들에게 ‘초반 스토리 유출을 조심해달라’고 했을 정도로 스토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거 핸섬 잭이 그러했듯 용의 군주의 행동에 이유가 존재하고 세계관의 중심인 타이니티나와 마지막까지 대립하는 구조를 그린다.


유저 역시 존재감이 있다. 전작에서 철저하게 지워졌으나 신작은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존재이자 브라이트후프의 영웅이 된다. 1인칭 게임이지만 커스터마이징을 다양하게 지원하는 이유는 마을 곳곳에 유저 동상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동상의 재질, 자세 역시 수집요소가 되어 모을 것들이 더 늘었다.
 

<TRPG 구조, 새로운 공간에서 전투>
타이니티나의 원더랜드는 TRPG 방식으로 진행된다. 큰 보드판을 조금씩 해금하면서 탐험하는 장소를 단계적으로 늘려간다. 

보드판에 NPC, 신단, 주사위 등이 존재해, NPC에 퀘스트를 받아 신단 조각을 모으며 다음 맵을 열어가는 것이 게임의 흐름이다. 신단은 6개이며 각각 4개의 조각을 필요로 한다. 조각은 새로운 맵으로 유저를 이끄는 장치이자 보드판 탐험의 목적을 제공한다. 신단 활성화에 강제성은 없으나 골드, 경험치, 대미지, 전리품 행운 등의 버프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 파밍인 유저라면 엔드 콘텐츠에 맞춰 모두 활성화하는 것이 좋다.


보드판에서 실시간 전투 ‘조우전’도 발생한다. 적이 등장할 때 이펙트가 발생해 공격으로 회피할 수 있으나 체감적으로 좋은 아이템들이 나오는 느낌도 있다. 조우전은 보드판의 적이나 신단 조각을 모으기 위한 장소의 전투로 기존 맵 보다 작은 공간에서 진행된다. 

기존 보더랜드 시리즈는 넓은 맵에서 유저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시작했는데, 조우전은 존 방식으로 생성된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이에 조우전의 첫 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기존의 보더랜드 전투 동선 보다 불필요하게 넓고 기존 전투가 유저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조우전은 다소 수동적인 느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드콘텐츠인 ‘혼돈의 방’과 같은 구조임을 고려하면, 유저들에게 서서히 엔드콘텐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직업, 변화 시도한 보더랜드의 전투>
직업은 서리 광전사, 비룡전사, 총탄술사, 묘태사도, 포자감시자, 찌름술사로 총 6종이다. 기존 시리즈와 달리 멀티클래스 시스템으로 두 가지 직업의 액션스킬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시작할 때 선택한 메인 클래스의 변경을 불가능하지만 서브 클래스는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고 스탯 분배 제한이 없어 서브 클래스에 보다 많은 포인트를 분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 스타일은 클래스별로 크게 나뉜다. 근접과 원거리의 단순한 스타일뿐 아니라 액션 스킬마다 특화된 속성이 존재해 이를 고려해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클래스별 스타일을 기반으로 근접무기, 마법부여는 향후 보더랜드 시리즈의 전투 방식에 변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과거 체험빌드의 경우 초반 콘텐츠였기에 근접무기의 활용성이 크지 않다고 느꼈는데, 마법부여의 존재로 인해 중후반부 이후 게임의 전투 양상은 크게 변화한다.


마법부여는 액션스킬/주문 시작, 활성화, 종료 시 대미지 증가 등의 옵션이 다양하게 존재해 무기-장비를 조합한 전작들과 달리, 근접무기나 마법부여를 고려한 장비 세팅이 중요해졌다. 마법부여 조건이 만족되면 총기 액션 연출도 달라져 상당히 다이내믹하고 빠른 전투가 시원시원하게 펼쳐진다. 

마법부여는 새로운 재화인 달의 보주로 변경할 수 있는데 횟수에 따라 소비가 2배씩 증가하고 최대치가 4,000이기에 사실상 제한이 존재한다. 오리지널 옵션 아이템은 마법부여가 존재하지 않는데, 마법부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기존 옵션이 제거되기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옵션의 영향으로 타이니티나의 원더랜드의 전투는 상당히 흥미롭게 펼쳐지며, 기존 시리즈와 달리 속성 가감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기에 마법부여 중심으로 클래스와 세팅이 다양하게 공유될 가능성이 높다. 안그래도 장비 창 보는 시간이 긴 게임인데, 더 오래 고민을 해야하는 게임이 됐다.
 

<2회차는 없다, 혼돈 모드로 단계적 파밍>
타이니티나의 원더랜드 오리지널 패키지의 만랩은 40레벨, 이후는 신화 랭크가 오르는 구조다. 모든 퀘스트는 유저 레벨에 맞춰 스케일링 되고 혼돈의 방에서 난이도를 조정하며 파밍하게 된다.

이는 전작의 메이헴 모드와 유사하며, 전체적으로 디아블로3의 대균열 시스템처럼 신화랭크에 따라 스탯을 분배하고 선택한 혼돈 레벨을 반복하며 파밍할 수 있다. 이에 2회차를 위해 게임퀘스트를 다시 해야하는 불편함은 없어졌다. 

대신 대부분의 퀘스트를 종료하면 혼돈의 방과 대장간, 창고 정도만 오가는 동선이 되어 조금 단조로운 게임 패턴이 이어질 수 있다.

아이템 등급의 변화가 있다. 기존의 일반~전설의 구조는 동일하나 등급별로 혼돈, 불안정 장비가 새롭게 생겼다. 드랍 이펙트와 아이템 틀이 기존 장비와 다르며, 옵션의 최대치도 같은 등급의 아이템보다 높게 책정된다. 드랍 연출은 일반, 마법부여, 혼돈, 불안정으로 나뉘며 전설 등급처럼 미니맵에 별도로 표시되지 않는다.

기존 시리즈가 다양한 전설 아이템을 파밍하며 사용했다면 신작은 새로운 등급의 존재로 인해 상위권 혼돈에 도전해야할 목표가 있다.

타이니티나의 원더랜드는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자유로운 상상력이 녹아든 프로젝트다. 티나의 자유분방한 캐릭터성을 기반으로 서브 캐릭터, 장비, 전투 방식 등에 변화를 주며 루터슈터 장르의 재미를 키웠다.

세계관의 영향인지 몬스터 명칭이 다소 단조롭게 표현되었고 PC기반의 대사나 퀘스트가 존재해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유저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스핀오프 작품임에도 보더랜드 시리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차기작이 만들어져도 충분한 느낌의 게임이다.

후반부 맵을 클리어하지 않아도 마지막 스테이지 진행이 가능해 20시간 내외면 엔딩을 볼 수 있으나 각각의 맵과 장소에 수집 아이템과 도전 과제들이 있어 즐길거리는 넉넉한 편이다. 또한 엔딩 스탭롤에 코로나로 상황에도 게임을 즐겨준 유저들에 감사 메시지와 개발자들의 개인적인 코멘트들이 있어 마지막까지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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