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까지 야근이 잦은 게임사를 두고 등대나 오징어잡이배라고 칭하던 때가 있었다. 게임 출시를 앞둔 개발자의 야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무리한 업무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 국민의 건강권을 회복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도입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판교의 등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판교의 밤이 다시 밝아질 조짐이 보인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6월 주 52시간 근무를 유연화하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초과근무 12시간을 주 단위 집계에서 월 단위로 바꾸고 퇴근 후 다음날 출근까지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퇴보한 노동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검토 중인 사안이다’라고 일축했지만 과도한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모드의 부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도입되어 2021년부터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를 토로했다. 

윤 대통령 역시 후보자 시절 ‘바짝 일하고 푹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게임이나 출판 같은 마감일이 정해진 업무에 한해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침대로 근무시간이 조정될 경우 주 6일 동안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주 60시간 이상 일하다 목숨을 잃으면 과로사로 인정하는데 이대로 근무제가 개편될 경우 기준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다. 

반발하는 노동계의 입장도 비슷하다.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한 근본적인 이유인 건강권 보장이 침해받는다는 것. 심지어 업무를 집중하면 주 52시간 근무제 이전에 시행되던 주 68시간 근무보다 많은 시간을 근무하게 된다.

현재 게임사들은 연봉 인상을 비롯한 각종 복지혜택으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엔돌핀 커넥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주 4일제를 시행해 우수 인력들을 모으기 쉽고 생산성이 상승했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주 52시간제 유연화가 시행되면 좋은 조건을 제시한 기업 쪽으로 인재가 몰려 개발력과 노동력 양극화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가 탄력적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게임 산업을 언급한 만큼 판교의 등대가 다시 켜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과 삶의 밸런스는 개인이 아닌 법제화된 시스템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지금도 편법으로 근무시간을 늘리고 있어 단기적 생산력 증대가 아닌 장기적으로 발생할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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