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PC게임이 시장의 중심이던 시기에 ‘패키지 감성’이란 단어가 있었다. 

대부분의 게임은 패키지에 담겨 출시됐고, 게임을 많이 즐기는 유저는 방 한쪽에 패키지가 장식품처럼 존재하던 때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이 담긴 종이상자가 가지는 의미가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한정판이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만나보기 쉽지 않아 패키지 게임은 상징적 의미만 남았다.

라인게임즈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사전예약을 시작하며 게임 이미지를 패키지에 그려 넣었다. 게임이 패키지로 발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30년을 훌쩍 넘긴 대항해시대2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임은 젊은 세대의 유저들이 중요하다. 특정 유저만으로 게임이 유지되기 어렵고 폭넓은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게임이 롱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라인게임즈가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사전예약을 시작하면서 패키지 이미지를 내세운 또 다른 이유는 20~30년 전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이 대중화 되지 않았던 시기, 세계사가 아닌 게임으로 중세 역사와 주요 도시를 외우던 시절이다.

최근 게임은 맵의 주요도시를 워프나 텔레포트로 이동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인데 당시의 대항해시대는 항해시간이 실시간으로 적용되어 장거리 항해가 시작되면 낮잠을 자고 오거나 식사를 하고 와도 망망대해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게임을 즐겼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게 오랜 항해 끝에 무역품을 판매하고 두둑한 금화가 주어지면 모든 것이 해소되는 기쁨이 있었다.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던 낭만이다.

라인게임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원작에 가깝게 구현하고 있다. 몇 시간씩 항해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장거리 무역의 재미와 만족감을 살리기 위한 콘텐츠가 존재해 어디로 어떻게 항해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수차례의 테스트 과정에서 많은 유저들이 건의한 부분도 항해의 만족감이었다. 충분한 보상도 중요하나 장거리 무역의 재미와 기대감은 다른 게임이 아닌 대항해시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다. 


추억의 복원은 좀처럼 쉬운 과정이 아니다. 팬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기 때문에 꼼꼼한 검수와 시간이 필요하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서비스가 늦어진 이유는 최신 게임의 트렌드를 유지하면서 원작 팬들의 만족감을 올리기 위해서다. 

비슷비슷한 캐릭터로 경쟁하는 게임들이 많아졌지만 대항해시대 시리즈가 가진 재미는 다른 게임에서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 때를 추억하면서 먼지 쌓인 세계지도를 꺼내 항로를 계산해야할 시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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