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레이드 위주의 MMORPG e스포츠가 주목 받고 있다.

스트리밍의 발달과 함께 보는 게임이 일상화 되며 PvP 중심이던 MMORPG의 e스포츠가 PvE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보스 레이드와 같은 PvE 콘텐츠의 경쟁에서 충분한 상업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e스포츠는 게임의 PvP 콘텐츠로 구성된다. 철권, 카트라이더, 리그오브레전드는 격투, 레이싱, AOS 장르에서 유저 대전 중심이며 경쟁심을 자양분 삼아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국내 게임사들은 유저 PvP나 공성전을 기반으로 MMORPG의 e스포츠를 준비했으나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장르의 특성상 PvP보다 PvE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업데이트 된 로스트아크의 신규 군단장 일리아칸은 PvE의 e스포츠 접목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리아칸 업데이트가 적용된 24일 오후 1시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로스트아크 시청자는 18만 명을 넘겼다. 대학생들의 방학 기간을 감안해도 시간대와 국내 위주의 시청 인원을 생각하면 높은 관심이 증명된 것이다.

18만 명 이상을 기록한 시청자 수는 다음 날 오전 레이드 최초 클리어가 나올 때까지 절반 이상을 유지했다. 유명 스트리머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꾸리고 레이드에 도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레이드 콘텐츠를 경쟁하는 모습은 국내에서 생소한데, 해외는 이미 같은 형태로 MMORPG의 e스포츠화를 진행 중이다. 특히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PvE 경쟁의 중심이 되었는데, WFK(World First Kill, 세계 최초 보스 처치)에 도전하는 전 세계 팀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WFK 도전은 레이스에 비유되며 전 세계에서 동시에 참여한다. 신규 레이드가 공개될 때마다 영국의 에코, 미국의 리퀴드, 러시아의 엑소서스 등 해외 유명 팀들이 자존심을 걸고 일주일 넘게 WFK 레이스를 방송으로 중계하고 많은 시청자가 그들을 응원한다.

WFK 레이스를 시청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진다. 기업들은 각 팀에 PC와 주변기기 같은 장비부터 보스 레이드 과정에 사용되는 금액까지 모두 지원한다. 실제로 최근 WFK을 기록한 리미트는 게임에서 현금 7~8천만 원 수준의 금액을 사용했으며 모두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했다.

후원 기업들은 지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3월 8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WFK 레이스는 최대 25만 명의 유저가 3,400만 시간 이상을 시청한 바 있으며 WFK을 성공하고 유튜브에 업로드한 편집 영상은 평균 조회 50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홍보 효과가 좋다.

국내 시청 규모는 해외와 비교해도 작지 않은 편이다. 국내 유저들은 2011년 WFK을 기록할 정도로 실력도 갖추고 있어 기업의 후원과 함께 MMORPG 레이드 전문 게임단의 탄생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 전문 게임단이 만들어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보스 레이드 공백기의 생계 문제와 게임 업데이트 날짜 관련 이슈, MMORPG 장르의 규모 등 게임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많은 부분이 겹쳐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MMORPG 장르의 e스포츠 확대를 위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도전과 시장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MMORPG에서 새로운 볼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 장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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