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부터 액션, 분위기, 색감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지스타 2022에 등장한 P의 거짓은 기대를 뛰어넘는 게임성으로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의 이유를 증명했다. 게임은 소울라이크 장르 특유의 불합리함을 덜어냈고 빠르고 화려한 전투로 손에서 패드를 놓기 힘든 재미를 선사한다.

이에 더해, 기계와 인간이 맞서는 19세기 말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는 판타지 요소와 맞물려 차가운 느낌을 전달하며 인간이 되기 위한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번영과 멸망이 공존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잔혹하게 표현된다.

<기계 감성 충만한 ‘벨 에포크 펑크’>
P의 거짓은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기계와 마법이 뒤섞여 신비감을 조성한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공간과 배경이 주는 압박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를 담아낸 배경은 현대와 분명히 다르지만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보여주기에 마치 어디서 본 듯한 거리와 건물이 위화감을 자아낸다.

게임 특유의 분위기는 적들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심리적 공포를 만든다. 거리 곳곳의 기계들은 움직임에 반응해 일어나고 괴상한 안광을 뿜으며 달려드는데, 기계 특유의 삐걱거리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통로를 가로막는다.

적을 처치하고 건물 안에 들어가면 더 큰 시련을 마주한다. 내부에 조명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부분 램프 같은 주황색인데, 인지하지 못한 공간에서 적이 조명을 가리면 순식간에 어두워져 혼란을 준다.

<불합리는 없지만 아직도 화가 난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불합리함을 제거해 ‘이걸 어떻게 잡아’의 느낌이 없다.

불합리와 함께 ‘허탈함’이 사라졌으나 ‘분노’는 온전히 전해진다. 적의 배치가 기가 막히기 때문인데, 한창 전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멀리서 날아오는 화염병부터 외나무다리 너머에서 총을 쏘거나, 좁은 난간 사각에서 검을 내려치며 유저의 신경을 자극한다.

적의 공격 패턴 역시 모두 다른데, 삐걱거리며 달려와 무기로 찌르기를 시도하거나 슬로우 모션이 걸린 것처럼 움직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빠르게 무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있어 패턴이 파악될 때까지 회피 중심의 전투가 필요하다.

분노를 유발하는 적의 움직임과 배치는 게임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적의 위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파악하면 나만의 루트로 나아갈 수 있으며 새로운 지역에 입장할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을 만들어 온전히 배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기 조합과 신체 개조로 완성된 화려한 액션>
전투는 그 어떤 소울라이크 게임보다 화려하고 부드럽다. ‘리전 암’ 중심의 신체 개조와 무기 조합으로 발생하는 ‘페이블 아츠’도 어색함이 크지 않다.

피노키오의 팔 한쪽을 변경하는 ‘리전 암’은 그래플링 훅과 전기 충격, 화염 방사 같이 전투 중 유용하게 사용하는 스킬을 가진다. 스킬은 일반 공격 중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그래플링 훅의 경우 기본 공격과 연계되어 피노키오가 공중에서 콤보를 연결해 화려한 액션도 볼 수 있다.

페이블 아츠는 연계 기반의 무기 전용 스킬로 게이지를 쌓고 분출한다. 손잡이와 날의 페이즈 스킬은 분리되는데, 두 부위는 각각 다른 무기와 합체 및 진화가 가능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전투를 준비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여러 모션은 각종 무기를 바꿀수록 얼마나 잘 구현됐는지 알 수 있는데, 특히 공격 동작이 큰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다가 가볍게 교체하면 예상을 넘는 속도로 공격을 휘몰아쳐 짜릿함까지 느껴진다.

조작 방식에 따라 미끄러지듯 사이드 스텝을 밟거나 구르기로 장거리를 피하며 타이밍 맞춰 가드를 시전하고 패링 기회를 얻는 등 소울라이크에 없으면 서운한 기능 역시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P의 거짓은 감히 소울라이크 장르의 완성형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독특한 세계관부터 표현 방식, 재미 구현까지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완성됐다. 

국내 게임업계의 염원에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내년 해외 시상식에서 ‘P의 거짓’이 호명될 가능성은 불가능이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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