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전쟁 끝, 상처 입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아카는 오랜 시간 전장에서 고통받고 상처받은 주인공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힐링게임이다. 단순한 업무를 반복하는 사이 섬은 점점 깔끔해지고 전쟁에 고통받아온 주민들은 점점 웃음을 되찾는다.

가벼운 활동과 캐주얼한 그래픽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데, 겉보기와 달리 게임 속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거운 내용을 다룬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슬픔부터 동료를 버린 죄책감, 그로 인한 우울증과 물질적 피해까지 전쟁이 만든 고통은 평화 속에서 더욱 날카롭게 상처를 찌른다.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거야>
이야기는 전쟁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며 시작된다. 오랜 기간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던 주인공은 이제 초보 농사꾼이 되어 작은 정원을 꾸미기 위해 노력한다.

농사는 스타듀밸리처럼 땅을 파 씨앗을 심고 적당량의 물을 뿌려주는 방식인데, 농작물의 시너지 효과로 특색을 더했다. 예를 들어 콩을 심으면 벌레가 꼬이지만 바로 옆에 양파를 같이 키울 경우 벌레를 쫓아내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룬다. 모든 농작물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농장의 구상 단계부터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씨앗은 처음부터 소량 주어지나, 땅을 고를 괭이와 식물을 자라게 하기 위한 물뿌리개는 모두 직접 재료를 모아 제작해야 한다. 도구를 제작할 때 가장 많이 필요한 쇳덩이는 직접 섬을 돌아다니며 덫을 주워 용광로에 녹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농사의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섬 곳곳에 자라난 잡초를 정리해 씨앗을 획득할 수 있다.

농사를 위해 덫을 줍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동안 섬은 조금씩 깨끗해지고 전쟁이 퍼뜨린 고통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돌과 나무를 획득하기 위해 폐허를 부수고 파괴된 나무를 정리하는 사이, 섬은 점점 활기를 찾아간다.

각종 활동으로 획득한 모든 재료는 제작에 사용된다. 목재나 돌뿐만 아니라 흔한 풀조차 여러 개를 모아 옷감으로 바꾸며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는 특정 NPC에게 가져갈 경우 무작위 아이템으로 교환해준다. 몇몇 NPC는 특정 아이템을 요구하며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으로 ‘카드’를 준다.

아카는 카드놀이가 가능하고 NPC와 1대1로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 방식은 하스스톤과 비슷하며 보유한 카드를 활용해 상대의 체력을 모두 깎으면 승리한다. NPC는 카드놀이 실력으로 주인공을 도발하는 경우도 있어 어려운 상대를 이기기 위한 덱의 확장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한 여정>
바쁘게 농사를 짓고 카드놀이를 즐기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도 여전히 마음의 짐은 남아있다.

주인공은 귀농할 때부터 작은 유골함을 든 채로 마을에 정착한다. 유골함의 주인은 같이 전쟁에 나선 친구로, 죽어서라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가장 높은 섬에서 유골을 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섬 곳곳을 돌아다니면 가장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고 친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데, 전쟁 속 살아남은 사람이 추억의 무게를 느끼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 가슴을 울린다.

밤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주인공이 가진 트라우마를 증폭시킨다. 험한 전쟁 속 차마 돌아보지 못한 민간인과 탈출 과정에 버려진 동료, 관리되지 않는 묘지의 주인까지 주인공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거나 원망 섞인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무겁게 담아낸다.

자연의 입장을 대변하는 각종 인물도 매력적이다. ‘숲의 목소리’는 무기로 잘려 나가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나무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냐며 주인공을 설교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봐서 용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또 지역을 수호하던 용은 모든 것에 지쳐 깊은 동굴 속에서 안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카는 정면에서 아픔과 맞서는 게임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고통 받지만 결국 떨쳐내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길고 긴 전쟁 끝, 손에 남은 한 자루의 칼은 누군가를 해치기보다 섬을 정비하는데 쓰이며 유령들의 부탁을 하나씩 들어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전쟁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프고 씁쓸하다. 매일 같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주인공의 혼란한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과정이 한층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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