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게임에서 동고동락한 근육질 남자 캐릭터가 알고 보니 미소녀라면 어떨까요?

한 줄의 상상력은 각종 이야기를 만들고 차갑게 식은 연애 감정을 되살립니다. 삶의 유일한 낙이 게임뿐인 주인공의 삶에 찾아온 작은 변화는 눈덩이를 굴리듯 점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죠.

러브인 로그인의 개발사 온파이어게임즈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한계에 도전했습니다. ‘한국에서 표현 가능한 최고 수위’로 설정한 대사와 일러스트는 전작 러브 딜리버리에서 보여준 모습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입니다. 동시에 재치 있는 패러디 요소는 곳곳에서 거부감의 문턱을 낮추고요.

이야기는 게임 사업팀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유저를 찾아가면서 전개되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약 8년 동안 게임에서 동고동락한 파트너였으며 하필 당일 쏟아진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어색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모든 유저들이 게임에서 흔하게 겪은 이야기를 훌륭한 개연성으로 엮어갑니다. 주인공이 8년간 함께한 미소녀 박다혜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녀의 아이디가 ‘김폭딸’이며 심지어 근육질 남자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와 아이디만 보고 유저의 성향을 파악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죠.

박다혜도 공모전 입상 관련 메일을 보내지 못하거나 첫 만남에 명함을 바로 주머니에 넣는 등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게임 아이디는 이름을 그대로 적은 ‘권성현파이터’였으나 작은 부주의로 파악할 시간을 놓쳐 버리죠.

뒤늦게 정체를 알게 된 그들은 작은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호감을 쌓습니다. 친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용기를 내며 서로를 바깥으로 이끌고 조금씩 외부 활동을 늘려갑니다.

이야기는 작은 에피소드로 전개되는데, 10회의 미니게임에 따라 호감도가 결정됩니다. 미니게임은 퍼즐 맞추기나 단순 클릭 게임으로 조금만 집중하면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루가 끝나면 집의 전경이 매번 달라져 행복이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밤 조금씩 추가되는 박다혜의 일기장은 두 사람의 게임 속 만남부터 차근차근 이해를 돕고 막말과 야한 대사가 쉴 틈 없이 오가는 현재 상황을 납득하게 만듭니다.

각종 패러디 요소는 마치 블랙 코미디처럼 대사와 상황의 재미를 끌어올립니다. 게임 업계를 빛낸 각종 명언이 곳곳에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비키니와 문어가 함께 등장하면 위험하다거나, 크리스마스에 접속하지 않는 유저들을 저주하는 주인공의 모습처럼 게임을 사랑하는 인물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이 가득하죠.

사실 러브인 로그인은 선택 요소가 거의 없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연애 시뮬레이션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연애 스토리를 관람하는 비주얼 노벨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선을 넘나드는 대화와 일러스트가 4시간 내외의 플레이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죠.

러브 딜리버리의 주인공들도 등장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등장 자체가 굉장히 자연스러워 전작을 전혀 모르는 유저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수준이며, 아는 유저라면 각종 역경을 딛고 행복한 모습을 보며 흐뭇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러브인 로그인이 보여준 러브 딜리버리 세계관의 확장은 긍정적입니다. 테스트를 마친 최고 수위의 일러스트와 유머, 이야기의 개연성이 내년 출시될 러브 딜리버리2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나홀로 집에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할 시리즈가 등장한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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