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리메이크는 위험을 동반한다. 유명 게임의 리메이크는 잦아졌으나 원작의 퀄리티를 재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작의 명성을 깎아버리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데드스페이스의 리메이크는 발표부터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다. 데드스페이스3의 후속작을 포기한 상황에서 히트한 명작의 리메이크 수순은 시리즈가 발전하지 못하고 과거의 인기에 기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출시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15년 전 충격을 안겨준 스페이스 호러와 사지 절단 FPS는 한층 강화되어 명작의 이름값을 증명했고 불편했던 시스템들이 최적화되면서 최근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새로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동시에 데드스페이스 시리즈 특유의 장점을 강조했는데, 전력이 부족한 이시무라함의 상황을 반영해 첫 챕터부터 전기 회로를 조작하고 문을 열기 위해 조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괴물 네크로모프는 필링 시스템에 의해 한층 강화됐다. 필링 시스템은 생물의 피부층, 근육, 뼈, 장기를 단계적으로 구현한다. 기능은 사지 절단 위주의 전투에서 손상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해 얼마나 더 공격이 필요한지, 공격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원작의 무기는 삭제 없이 그대로 구현되었고 대체 발사가 추가됐다. 대체 발사는 무기를 든 채 특정키를 조작하면 발동되는데, 예를 들어 펄스 라이플은 탄약 25발을 소모해 목표 위치에 부착하는 유탄을 발사하고 큰 피해를 준다.

전투는 원작에 비해 어려워진 느낌이다. 필링 시스템 때문에 총기를 사용할 때 한 점을 조준해야 하는데, FPS에 익숙한 유저라도 앞뒤로 동시에 공격받으면 당황하다가 순식간에 체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위험한 상황은 키네시스와 스테이시스 모듈로 벗어날 수 있다. 모듈은 습득 방법부터 활용, 업그레이드 방식까지 모두 변경됐다. 두 기능은 모두 슈트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되고 키네시스는 진행을 위한 퍼즐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파이프, 환풍기 날, 심지어 적의 신체 일부까지 날리며 전투를 돕는다.

스테이시스는 원작과 다르게 푸른 구체를 발사하고 효과 범위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는 자동으로 충전되지 않아 맵 곳곳에 위치한 차지 팩이나 아이템을 사용해야 회복할 수 있으며 후반에 획득하는 상위 버전 스테이시스는 전신에 대미지를 가해 여럿이 달려드는 네크로모프를 상대하기 좋다.

전투는 편의 기능이 있어도 원작에 비해 한층 어렵게 느껴지는데, 새롭게 적용된 인텐시티 디렉터와 보안 등급 기능 때문이다. 인텐시티 디렉터는 적이 무작위로 등장하고 한 번 지나간 지역에서도 다시 나타나는 시스템인데, 보안 등급에 의해 오픈 월드처럼 바뀐 게임을 즐기다 보면 온갖 공간에서 적이 튀어나와 생명을 위협한다.

이시무라함의 컨테이너와 각종 공간은 보안 등급이 충족되어야 입장할 수 있다. 보안 등급은 챕터를 진행하며 상승하기 때문에 아이템 파밍과 사이드 임무 완수를 원한다면 이미 클리어한 지역이라도 다시 방문해야 한다.

무중력 및 무산소 공간은 필드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데, 탐험의 재미와 함께 우주 공간에 감금당한 느낌을 줘 몰입을 더한다. 무중력은 단순 점프에 그치던 원작과 달리 데드스페이스2의 우주 유영을 도입했고 전력 차단으로 만들어진 진공 공간과 더해져 숨 막히는 두려움을 만든다. 

조명과 그림자, 안개는 15년 전보다 발전한 그래픽에 맞춰 세밀한 연출을 만들고 공간과 환경이 변할 때마다 특유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디오도 발전했는데, 주인공 아이작은 대사가 생겨 함선을 탐색하는 내내 불만을 뱉거나 목표를 되새기며 긴장감을 높인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퀄리티와 재미는 향상되었으나 게임의 안정성은 아직 불안한 느낌이다.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는 HDD에 설치할 경우 오브젝트가 로딩되지 않는 문제로 SSD 설치를 권장한다. NPC와 대화를 하고 다시 뒤로 돌아갔을 때 이상한 자세로 서 있거나 홀로그램이나 오디오가 겹치면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버그를 감안해도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기보다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었고 스페이스 호러 장르가 나아갈 길을 다시 조명했다.

명작의 틀을 유지하고 각종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모습은 마치 유명 클래식의 변주를 선보이듯 색다른 느낌이다. 이정도 퀄리티의 리메이크라면 다른 게임사들이 참고해도 좋을 수준으로 스페이스 호러와 사지 절단 FPS의 평가 기준이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로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