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재와 내러티브는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아토믹 하트는 러시아 개발사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회주의 세계관을 다루면서 개발 단계부터 논란이 된 게임으로, 중후반부터 아토믹 하트의 의미를 비롯해 게임이 내포한 메시지와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초반부터 유저를 끌어들이는 힘은 흔하지 않은 세계관에서 나온다.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소련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힘쓰고 이를 기반으로 오버 테크놀로지 국가를 향한 내용이 빠르게 전개된다.

마치 영화 블레이드러너나 공각기동대처럼 사회주의란 평등한 세계에서 인간은 로봇으로 인해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만 이야기의 모순과 이질감을 통해 유저로 하여금 세계관의 문제점을 스스로 생각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이다.

그래서 중국이 살기 좋은 나라로 묘사되거나 사회주의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언급되지만 사실상 게임은 이에 반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러시아 개발사가 자국의 사상을 이렇게 비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문제를 비틀고 꼬집어낸다.

그렇다보니 게임이 전개되는 동안 끊임없이 조각난 정보들이 전달되는데, 텍스트가 작고 대화가 이어지기에 정보의 과포화로 이를 힘들게 느낄 가능성이 존재한다. 주제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이야기의 후반이 되어야 명확해지기에 그 전까지 이러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상상하거나 예상하면서 풀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무성 애니메이션과 림보 공간 역시 정신병이나 사이코패스를 다루는 영화에서 주로 등장해 현재 주인공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전의 반전과 극적 연출을 위해 이야기의 중후반부터 시네마틱 영상이 다수 등장하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개발사가 이끄는 엔딩으로 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유토피아적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게임의 기반이라면 그 위에 쌓은 게임성과 재미는 전투에서 나온다. 왼손의 초능력과 오른손의 주무기를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액션을 만들어갈 수 있다. 

적을 얼리거나 전기나 염력으로 행동을 막는 것이 가능하고 여기에 스토리상 기술 집약체 폴리머를 더해 대미지를 끌어올리거나 액션성을 높인다. 무기와 능력에 투자된 자원은 언제든 회수가 가능해 스테이지에 따라 다른 조합을 만드는데 부담이 없고 자신에 맞는 빌드를 찾는 재미가 존재한다.

여기에 강공격과 회피가 더해져 게임의 액션성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적의 강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회피하거나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면서 전투에 임해야하고 후반에는 적들이 구르거나 회피하면서 공격에 맞서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전투를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보스전이나 특정 장소에서 전투가 길게 이어지면 비트감 넘치는 음악이 깔리면서 연출을 극대화하고 몰입감을 높인다. 

특히, 스토리 중반의 극장 연출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카르멘의 음악이 깔리면서 시작되는 약 5분간의 전투는 영화 킹스맨처럼 정신없는 화면이 이어지며, 극장의 결말 역시 게임의 메시지와 결합되어 상당한 비중을 두고 준비했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아토믹 하트의 전투가 다수의 적을 호쾌하게 쓰러뜨리는 형태는 아니다. 초능력과 탄수의 제한으로 장시간 전투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영향도 있으나 쓰러뜨린 적을 수리하거나 경보 단계가 올라가면 적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등장하기에 2~3마리와 효율적인 전투를 빠르게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자주 마주치는 콧수염의 실험실 기술 로봇은 언제나 돌진해오기 때문에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고 전투 템포를 올리거나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게임은 별다른 사이드 퀘스트가 없는 일직선 형태인데 중반부터 오픈월드 구조가 되어 스토리를 따라 이동하지 않고 무기의 특수 재료를 파밍하는 연구소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그런데 맵의 크기와 비교해 이동수단은 자동차뿐이고 전투가 노출되면 경보 단계가 올라가 필드 이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뛰어난 그래픽과 최적화로 퀄리티 높은 필드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이를 온전하게 즐기며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전투를 피하기 위해 구석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전투를 하더라도 빠르게 이동하지 않으면 수리 로봇과 추가 적들이 등장해 기존 오픈월드 게임과 다소 다른 느낌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다. 퀄리티 있는 맵을 온전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아쉽게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돌아가서 탐험할 것인지를 묻는다면 역시 스트레스가 될 것이기에 추후 밸런스 조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퍼즐 역시 게임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다. 메인 스토리의 퍼즐은 난도가 그렇게 높다고 볼 수 없지만 퍼즐게임이라 불러야 정도로 비중이 크고 부품을 파밍하는 연구소의 퍼즐은 제법 난도가 있어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기존의 퍼즐게임을 답습하는 수준은 아니기에 참신한 부분도 존재하고 극장의 그림자 퍼즐은 나쁘지 않은 만족감은 준다. 그럼에도 상자를 열거나 스토리를 해결한 공간으로 이동하는 문을 오픈할 때마다 퍼즐을 풀어야하는 불편함을 동반하는 문제가 있다.
 
주인공의 대사 역시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왜 자물쇠에 진심인건지를 묻거나,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적 멘트가 중간중간 등장하기도 한다.


러시아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기에 개발부터 판매까지 논란이 된 아토믹 하트는 괜찮은 수작이다. 

뛰어난 최적화로 상당히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고 효과적인 음악 사용과 연출로 몰입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초반부터 깔리는 백만송이 장미부터 클래식, 비트감 있는 음악은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다만 내러티브, 액션, 퍼즐 콘텐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액션 게임을 기대한 유저라면 퍼즐의 빈도나 필드에서 시원한 전투를 즐기지 못하는 부분에 불만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콘텐츠 완성도는 나쁘지 않으나 오픈월드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기대했던 바와 차이가 있어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내러티브 역시 중후반부터 빠르게 전개되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결말로 생각할 수 있다. 스토리 전개상 유저가 다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으며 DLC까지 염두에 둔 엔딩인지 여지를 두고 마무리 된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개발사의 첫 게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게임의 도입부와 스토리 전개, 최적화는 게임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준이며 매력적인 세계관은 향후 추가 콘텐츠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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