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분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아토믹 하트와 출시를 앞둔 스토커2: 하트오브초르노빌 같은 AAA급 게임들이 디지털 선전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밸브에 아토믹 하트의 판매 금지 요청 서신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토믹 하트의 개발사 먼드피쉬가 러시아인으로 구성되었고 투자사 중 러시아 중앙은행이 존재해 판매 수익이 전쟁 자금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청받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밸브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먼드피쉬가 정부 지원을 받은 정황과 별개로 공식적으로 키프로스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이기에 제재를 가한다면 공정성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 판매 금지 문제의 회피와 별개로 ‘게임 냉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개발 인원 전원이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GSC 게임월드가 전쟁 중 개발을 마친 스토커2: 하트오브초르노빌을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GSC 게임월드의 일부 직원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가 공개되어 판매 금지에 동조하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개발사의 공식 판매 금지 선언과 함께 게임을 기다린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의 일부 해커 그룹은 GSC 게임월드를 해킹하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판매 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중이다.

국내는 꾸준히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며 동북공정 논란이 있었기에 이러한 디지털 선전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샤이닝니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순식간에 사업을 철수하는 ‘아니면 말고’식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운영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게임 업계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어 경계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한다.

실제로 샤이닝니키에서 ‘중국을 모욕하지 말라’던 페이퍼게임즈의 직원 대부분은 아이스노 게임즈로 자리를 옮겨 무기미도를 출시했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실망한 유저들이 정든 게임을 떠나야 했다.

결국 게임이 디지털 선전이나 국가 분쟁의 도구로 쓰일 때마다 유저가 가장 큰 희생을 치른다. 이러한 아픔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신과 경계가 생기고 게임을 등한시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동안 게임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로서 존재해 왔다. 국내의 셧다운제 같은 법안이 적용되었을 때 전세계 유저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할 정도로 정치나 국가 상황에 얽매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게임이 대표 산업으로 자리한 만큼, 국가 정책의 영향권에 놓일 수 있으나 게임이 즐거움이 아닌 분쟁의 도구가 되면 콘텐츠가 가진 매력이나 경쟁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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