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 맨 오브 라만차

판금 갑옷을 입고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닭을 던지는 정신 나간 기사가 돌아왔다. 알트F42는 2021년 특유의 게임성으로 충격을 안겨준 알트F4의 후속답게 성가신 함정부터 한 번 더 시도하면 될 것 같은 오묘한 기분까지 두 배로 늘어났다.

게임의 독특한 분위기는 더욱 강화됐다. 무려 스토리 라인이 생겼고 시작부터 장애물을 넘는 합당한 이유를 보여주는데, 매우 억지스럽고 말도 안 되는 전개이지만 어느새 실소가 터져 나오는 유쾌함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이름은 메인 스토리의 완성과 함께 ‘돈키호테’로 확정됐다. 스토리 역시 기사도를 중점으로 다루며 튜토리얼에서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가사가 표시되어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다.

돈키호테의 모험은 전작에 비해 더욱 까다롭고 복잡해졌다. 전진을 위해 낭떠러지로 서슴없이 몸을 던져야 하고 점프 실수 한 번에 갔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게임 초반부의 사슴은 이동을 망설이는 순간 몸통 박치기로 돈키호테를 날려버려 분노에 찬 비명을 유발한다.

최고의 분노 유발 장치는 시리즈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불편한 조작감이다. 특히 공중 액션은 최악의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발 디딜 공간이 더욱 좁아졌고 모든 스테이지에서 낭떠러지 아래의 트램펄린을 밟고 나아가야 해 시종일관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단순 달리기와 점프를 넘어 새롭게 추가된 오브젝트의 상호작용 역시 조작이 어려운 편이며 예상을 벗어난 배치로 허를 찌른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리막을 달리다가 사슴과 부딪혀 재도전해야 할 때는 개발자의 집 주소를 묻던 전작의 리뷰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갈 정도다.

유저를 놀리는 게임 요소도 대거 추가됐다.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은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끊임없이 몸을 흔들고 코인이 ‘ㅋ’ 모양으로 배치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성 입구에서 등장한 해바라기 팬티를 입은 남자는 스테이지를 앞서가며 빈 보물 상자만 두고 ‘먼저 간다, 등신아’란 메시지를 남긴다.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화가 나는 게임이지만 도전의 재미는 확실하다. 불편한 조작감은 플레이하는 동안 어느새 익숙해지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장애물은 한 번 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아이템은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재미를 더한다. 스테이지 초입의 상점은 체력 물약, 2단 점프가 가능한 황금 신발, 벽에 박히는 방패, 세이브 포인트까지 판매하는데, 맵 곳곳에서 습득한 코인으로 충분히 구매할 수 있으며 적재적소에 아이템을 활용하면 불합리한 게임 구조를 쉽게 돌파 가능하다.

상점 옆에 위치한 뽑기는 구매한 아이템을 몇 배씩 늘릴 수 있는 장치다. 물론 꽝이 존재하기에 생각 없이 아이템을 투자하면 결국 모든 이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맵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코스튬 역시 재미 요소인데, 무조건 찾기 어려운 곳에 존재하기보다 눈에 뻔히 보이지만 도착하기 어려운 장소에 대놓고 배치된 경우가 많아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물론 코스튬은 조금씩 나사가 빠져 있는데, 목에 힘이 없어 꺾이는 기린이나 목이 돌아간 유니콘 탈같이 알트F42 다운 모습으로 구현됐다.

아직 게임이 얼리엑세스인 만큼 버그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사실 버그가 발생해도 시작부터 이상한 게임의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상인의 대화창이 사라지지 않거나 캐릭터가 벽에 끼어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굴러 결국 게임을 재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알트F42는 전작의 ‘정신 나간’ 매력을 잘 이어받았고 스토리 재구성과 아이템 도입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약간의 버그는 존재하나 유저들에게 수시로 목숨을 위협받는 개발진이 애정을 갖고 게임을 안정적으로 바꾸고 있어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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