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뢰브 감독이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첫 경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전술을 선보였습니다. 축구게임에서 시도해 볼 법한 전술을 월드컵 경기에 적용한 것입니다.

게임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와 전략으로 상대에 맞춤 전술을 구사하는 것처럼, 뢰브 감독은 호날두라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포르투갈을 상대로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신규 전술을 공개했습니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대 초반 호나우도, 지단, 피구, 베컴 등 세계의 최고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우주방위대’로 불리기도 했고,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가 만수르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고 선수들을 거침없이 사 모은바 있습니다. 실제 축구를 마치 게임처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는데, 오늘 경기는 마치 게임과 같은 색다른 시도로 시뮬레이션 축구를 즐기는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회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과 포르투갈의 전술과 경기를 게임기자의 눈으로 다시 한 번 보게 됐습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축구게임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독일 대표팀과 포르투갈의 전술과 패턴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월드컵 전술 분석>
우선, 17일 새벽 1시 월드컵 G조 1차전에서 열린 독일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독일 대표팀의 전술은 게임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새로운 전술이었습니다.

경기기 시작되기 전부터 독일 대표팀은 어떤 전술로 나올지 많은 이슈가 됐습니다. 과거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꺾은 게겐프레싱(재압박) 전술을 사용할지, 풍부한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펄스나인(가짜공격수)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도 점쳐졌습니다.


분데스리가 우승팀이자 세계 최고의 강팀인 '뮌헨'이 과거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해 티키타카를 결합한 펄스나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도르트문트가 게겐프레싱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독일 대표팀은 어떤 전술을 활용할지 관심을 집중시켰죠. 방송에서 뢰브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내용이 언급된 만큼 현 독일팀은 다양한 전술적 시도가 느껴지는 형태입니다.

결국 뢰브 감독이 선택한 것은 변형된 펄스나인이었습니다. 괴체, 외질, 뮬러의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포지션을 바꾸며 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였고, 크로스와 케디라가 후방에서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람은 수비수가 아닌 지난해 뮌헨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해 전방부터 역삼각형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케디라는 소속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뛰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더블볼란치로의 유기적 전환도 가능한 전술이었습니다.

많은 기사에서 펄스나인의 전술에 집중되었는데, 4명의 중앙 수비로 구성된 수비라인도 과감한 전술적 선택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4-3-3이나 4-4-2 전술에서는 두 명의 센터백을 두고 앙쪽 윙백이 활발하게 공격과 수비를 오르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독일의 수비진은 4명의 센터백으로 구성된 만큼 공격 보다는 수비에 집중된 형태입니다.


결국 뢰브 감독은 포르투갈의 나니와 호날두의 빠르고 강력한 윙포워드를 상대로, 윙백의 공격을 최대한 자제시킨 것을 넘어서 4명의 센터백으로 수비진을 강하게 묶어놓은 것입니다. 독일의 2선 공격수와 미드필더 라인으로도 충분히 공격을 풀어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면 포르투갈의 전술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전방에 알메이다를 원톱으로 세우고 윙포워드인 호날두와 나니의 빠른 발을 활용하는 전술입니다. 전형적인 카운터 전술이죠.


<게임적 전술 분석>
사실 독일의 전술은 게임으로도 상당히 구현하기 어려운 전술입니다. 우선 피파온라인3로 예를 들면 외질-뮬러-괴체로 이어지는 3명의 위치 변경자체가 적용하고 구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윙포워드의 위치 변경은 어느 정도 설정이 가능하지만 오늘 보여준 독일의 2선 공격수들은 한 곳에 고정 된 것이 아니기에 이를 구현하기란 게임에서도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람의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뮌헨에서 올해 주 포지션으로 뛰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게임에서 람은 윙백 포지션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풋볼매니저 2015가 발매되지 않았지만 올해 버전에서는 그나마 희미한 녹색으로 포지션이 활성화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4명의 수비라인도 공격을 아예 자제시키고 센터백으로 위치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게임에서는 센터백이 윙백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죠. 결국 상대팀에게 뒤 공간을 내주거나 많은 크로스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죠. 게다가 수석 코치나 조언을 통해 ‘주 포지션이 아닌 선수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종합해 보면 독일의 전술을 게임으로 구현하면 주 포지션이 아닌 선수가 3명이나 존재하고, 3명의 2선 공격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공격은 공격대로 부진하고 양쪽 사이드가 불안한 전술로 구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포르투갈은 전술적으로 보면 결국 호날두를 타겟맨으로 설정하고, 프리킥도 호날두에게 전담시키는 구조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호날두가 돌파하더라도 결국 원투 패스에 이어 호날두가 슛을 하고, 나니가 사이드 돌파를 한 후에 호날두가 헤딩을 해야 하는 구조이죠. 단순하지만 강한 선수가 보유된 팀으로서는 충분히 시도해볼만 한 전술입니다. 게임에서는 더욱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결국 사용자가 호날두를 직접 조종해 모든 선수를 드리블로 제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비를 단단히 한 후에 역습으로 수비수가 2~3명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빠른 드리블 돌파를 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17일 독일과 포르투갈과 독일은 경기는 4-0으로 독일의 완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됐지만, 게임적으로 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기였습니다. 첫 골을 내주고 팀에 파이팅을 외치던 호날두의 모습과, 3골을 허용하고 힘겨워하는 호날두의 모습은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실제 축구에서 가끔은 게임 같은 플레이와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하지만 오늘 경기는 게임 같은 전술과 경기를 실제 축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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