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가능한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고 사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보도해야할 의무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건에 대해서는 감정 보다는 사실 중심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당연히 게임도 유저들만큼 해야겠죠. 1~2시간 플레이하고 리뷰를 쓰면 돌아올 덧글의 무서움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아직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었지만 이터널 클래시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디펜스류 게임을 썩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왜 RPG가 아닌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과연 돈은 벌 수 있을까’라는 걱정 어린 생각까지 하면서 흥미를 가지고 플레이를 했으니까요. 회사 지원이 아닌 정액 서비스와 패키지를 직접 구매하기도 했구요.

4일 점검 이슈, 5일의 논란을 조금 이른 시간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었고, 논란이 된 스테이지를 훌쩍 넘기기도 했으니까요. 사실 플레이를 할 때는 일베 논란이 있는 스테이지를 신경 쓰지 못했고, 과거 그런 사례가 없었으니 무심결에 넘겼던거 같습니다. 로딩 화면은 본 기억은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을 되짚어 보니 별 생각없이 지나간 것 같네요.

4일 장시간 점검의 이유도 유저들에게 작지 않은 이슈였는데, 보상과 대처를 그래도 적절하게 하는가 싶어 ‘처음이니 그럴 수 있지’라고 넘겼는데, 이번 사항은 워낙 큰 이슈였기에 급하게 사실 확인부터 했습니다.

3년 동안 개발한 개발자들과 대표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사회적으로 워낙 민감한 소재였기 때문이었죠.

빠르게 사과문이 공개되었고 즉시 패치작업도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사과문의 내용은 기자로서도, 한명의 유저로서도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 한다고 해도 잠잠해질까한 시안에 ‘우연’, ‘오해’ 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들어가서 사과의 느낌 보다 변명과 사건을 무마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사과는 사과답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런 방식의 사과문을 많이 접했기 때문인지 더욱 찝찝하고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정말 몰랐을까’ ‘벌키트리는 물론 4:33에도 책임이 있다’ ‘적당히 넘기면 안된다’ 등 많은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오갔습니다.

사회적으로 비상식적인 일들과 협상들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확실한 마무리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시삼십삼분에 확인을 해보니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 합니다. 아직 어느 수준으로 조치가 이뤄질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조사와 확인, 이후 처벌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벌키트리의 대표님은 어찌 보면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사과문처럼 정말 100% 몰랐다면 말이죠. 그래도 요즘 같은 시장상황에서 모바일 개발사를 이끌고 3년간 게임을 개발해 런칭했는데, 서비스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이런 사건이 발생했으니 안쓰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사건은 벌어졌고 이미 공개된 부분만으로 앞으로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논란을 깨끗하게 지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었든 말이죠. 게임계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개발사에게는 낙인이 찍혀 오랜 기간 따라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개발자가 일베인지, 개발사가 일베와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실수였든 의도였든 일베라는 커뮤니티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이번 이슈로 인해 불쾌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 있었던 사안이니 유저들이 믿어줄 때까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확실하고 투명한 처벌도 있어야겠죠. 손바닥 하나로 모든 것을 가릴 수 없으니까요.

그 과정이 어떠하든 결과적으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날까지 상위 5%를 앞에 두고 유저들과 경쟁하면서 패턴을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리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어플리케이션 앞에서 손이 멈춰지고 있거든요. 아마 비슷한 유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대중적 소재와 장르의 게임이 아니었고 확실한 마니아와 특정 유저 중심으로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시간을 두고 서비스해야 했던 게임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의 서비스도 큰 난관이 생겨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실수가 있었으니 모든 걸 끌어앉고 묵묵하게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저는 어플을 삭제하고 이글을 마지막으로 이터널 클래시와 관련된 리뷰와 평가도 없었던 일로 할 예정입니다. 부디 아직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과 서비스를 해주셨으면 좋겠고, 후속 조치에 관한 내용은 멀리서 서슬 퍼런 눈으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과문에 명기한 것처럼 앞으로 ‘최선의 노력’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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