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5(이하 스파5)가 출시된지 약 한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출시 이전에 이어지던 기대감은 만족감으로 돌아왔으며, 출시 이후부터 불거진 불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파5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무엇이며 불만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점을 종합했을 때 이 게임은 가치가 있는 게임일까?

스파5의 장르는 대전액션이다. 이 장르명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대전'게임으로 게임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액션'게임으로 게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게임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결코 낮지 않은 진입허들, 하지만 깊숙한 대전의 재미>

스파5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은 게임이다. 게임 숙련도를 가르던 강제연결 난이도가 낮아져 전작이었다면 고수들이나 쓸 수 있던 콤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 콤보를 어느 타이밍에 정확히 사용하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중펀치와 중킥, 강펀치와 강킥으로 발동되는 V스킬과 V트리거는 대전의 변수를 만들어 심리전의 깊이를 더했고, 한 방이라도 적을 더 때려서 승리로 한 걸음 다가가길 원하는 고수들에게는 상대에게 조금의 대미지를 더 입힐 수 잇는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게임의 허들을 높였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특히 초보자들에게 말이다. 초보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조작 편의성을 추구했지만, 이는어디까지나 '사용'의 영역에서 편리하다는 것이지 '응용'의 영역에서 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게이머가 강제연결을 사용하고, V트리거를 이용한 허점 찌르기를 시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맞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이런 점은 후술할 콘텐츠의 부족함과 미흡한 완성도와 결부되어 유저가 게임에 흥미를 쉽게 잃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넘어 강제연결의 형태와 V트리거, V스킬의 응용형태를 어느 정도 알게되면 그때부터는 굉장히 깊이 있는 대전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이때부터 스파5의 장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대전의 템포가 갈 수록 빨라지는 여타 대전액션 게임과는 달리 스파5의 대전 탬포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매 상황마다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를 하며, 상대의 작은 틈을 노려 자신의 공격을 집어 넣기 위해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게임의 템포가 빠르지 않은 덕분에 오히려 정중동의 자세로 대전에 임할 수 있는 것이 스파5가 갖고 있는 공방전의 장점이다.

전작과 달라진 몇몇 요소는 공방을 알게 모르게 더욱 적극적으로 가져가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초필살기(크리티컬 아츠)를 제외하면 가드 대미지로 패배하는 일이 없어졌으며, 백대쉬 무적 시간의 삭제, 앉아서 잡기를 푸는 특유의 테크닉이 사라져 공격하는 입장에서 좀 더 상대를 편하게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전체적으로 콤보 위주의 대전보다는 자신이 유리한 간격을 파악하는 식의 공방이 펼쳐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간격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준비를 하는 식의 운영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전방대시의 속도가 증가해서 간격 침투가 더욱 빨라졌고,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편리해진 강제연결은 기회를 한 번 포착한 게이머에게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한 판이 진행되는 내내 '쪼는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출시된 대전격투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감각이다. 그렇기에 더욱 색다르며 즐겁다.

<공방의 깊은 맛이고 나발이고, 즐길거리를 내어놔라> 

액션 그 자체. 아케이드 액션게임처럼 내 캐릭터를 이리저리 조종하면서 점점 강해지는 적을 물리치고, 마지막 보스를 쓰러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게 스파5는 형편없는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다.

대전게임에서 사람과 사람의 대전을 즐기는 게이머의 수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듯이 CPU와의 대전을 즐긴다. 대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으며, 결국은 '내가 이긴다'는 즐거움을 만끽할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스파5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전무하다. 부족한 것이 아니다. 없다.

스토리 모드는 각 캐릭터의 대력적인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모드이지만 모드의 구성이 무척 빈약하다. 2~4판 정도의 대전이 진행되며, 각 대전은 1라운드만 펼쳐진다. 스테이지 진행에 따른 난이도 증가는 찾아볼 수 없다.

4단계 난이도가 준비된 서바이벌 모드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의 움직임이 얼마나 까다롭게 변하느냐를 기준으로 한 난이도가 아니라 스테이지가 얼마나 길게 이어지냐에 대한 난이도일 뿐이다. 높은 난이도로 게임을 즐기게 되면 어렵다는 느낌보다 지루하다는 느낌이 먼저 온다.

트레이닝 모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각 캐릭터의 기술과 특성을 연습, 연구할 수 있는 모드가. 하지만 대전을 깊이 있게 파고들 생각이 없는 유저들에겐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다. 게다가 '이 캐릭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틀이 주어져봐야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대부분의 게임은 챌린지 모드를 준비한다. 게임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지시에 따라 이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콤보를 습득하고 캐릭터의 성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챌린지 모드의 가치다. 하지만 스파5에는 이러한 챌린지 모드가 '아직' 구현되어 있지 않다.

캡콤 측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아케이드 모드와 챌린지 모드 등의 싱글 콘텐츠를 추가한다는 방침이지만 정확한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즐길 게임이 다양하게 출시되는 3월에 다른 게임을 마다하고 스파5만 기다릴 게이머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줄어든 캐릭터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움직이며 대전을 하고,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갖고 놀아보는 것도 대전액션 장르가 갖는 가치 중 하나다. 하지만 스파5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16종 뿐이며, 기존에 등장하던 익숙한 캐릭터들은 대거 삭제됐다. 

매칭 시스템의 부실함 역시 문제로 꼽힌다. 본격적인 대인전을 즐겨보기 위해 랭킹 모드를 시작해도 매칭이 잘 되지 않으며, 초보자의 경우는 이렇게 매칭이 되더라도 패배하기 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험을 쌓아서 실력을 쌓아가면 될 일이지만, 매칭이 워낙에 느려 경험을 쌓을 기회를 찾기도 어렵다. 

게임의 완성도는 무척이나 높다. 특히 대전게임 경험이 많은 이들은 찬사를 보낼만한 대전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은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대전액션에서 가장 중요한 대전만 잘 준비하고, 이와 곁들여 즐길 수 있는 모드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스파5. 게임을 즐기면 즐길 수록 밥은 기가 막히게 잘 지어놓고, 반찬은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밥상에 앉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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