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참 중요하다. 첫인상을 깨기 위해서는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줘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첫인상은 무언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유저들도 게임마다 각각의 첫인상을 갖게 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첫인상은 보통 게임의 정식출시 이전에 베타테스트 단계에서 형성된다. 게임을 공들여 개발한 이들에게는 다소 박한 이야기지만 유저들은 게임에 진입해서 튜토리얼을 즐겨보고, 게임을 쓱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이 게임을 더 해도 좋을 게임인지 아니면 관심을 접을 게임인지 판가름하고는 한다. 사람의 첫인상이 3초만에 정해진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10일부터 마스터X마스터(이하 MXM)의 비공개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번이 두 번째 테스트. MMORPG 명가인 엔씨소프트가 캐주얼게임을 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1차 테스트와는 달리 이번 테스트는 게임의 지향점과 구조적인 면이 어떤 모습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때문에 캐릭터 밸런스, 전투의 속도감 등 수치 조절을 통해 수정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MXM을 처음 실행하고 느낀 점은 '이 게임을 위해 엔씨소프트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겠구나'라는 것이다. 슈팅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PvE 모드와, AOS 게임 특유의 전략성과 액션성을 더한 PvP 모드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과, 이들 두 모드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PvE 보상이 PvP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타격감과 스킬 이펙트는 액션의 재미를 잘 살리고 있으며, PvE 모드 중 핵심으로 보이는 '티탄의 유적'에는 다양한 중립 NPC를 통해 게이머들이 전략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 흔적이 보인다. 거기에 게임의 플레이 시간을 25분으로 제한해 좀 더 적극적인 공방을 주고받도록 유도한 점도 좋은 선택이라 느껴진다.

'티탄의 흔적' 이외에 점령전과 전투훈련실 등 다른 PvP 모드는 각각의 기믹을 확실히 지니고 있다. 맵의 디자인만 다를 뿐 결국은 상대의 본진을 파괴하기만 되는 기존 AOS 게임과는 차별화 된 점이다. 유저들이 다양한 게임모드를 즐길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 모드 기획에 집중했다고 평할 수 있다.

태그 시스템 역시 좋은 시도였다고 평하고 싶다. 2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은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게이머들도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맞춰 바꿔가며 다양한 스킬 콤보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액션게임 특유의 '콤보를 만드는 재미'가 MXM에는 살아있다.

 

게임의 틀은 잘 만든 편이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를 추가하면서 캐릭터의 성능이 한 쪽으로 쏠리도록 만들지 않는 신중한 밸런싱 능력, 유저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액션의 속도와 전투의 템포를 가다듬는다면 캐주얼 액션 AOS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가 되는 점도 있다. 가장 먼저 최적화 부분이 조금 우려된다. 과거 간담회를 통해 저사양 노트북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애초의 목적만큼 낮게 내려가지 못한 듯 하다.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에서도 간헐적으로 프레임 저하가 발생하는 모습도 '아직은 더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MXM의 그래픽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에 과부하를 줄 정도의 그래픽은 더더욱 아니다)

자사 IP를 활용해 하나의 게임에 자사의 인기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키는 방식은 최근 게임 시장의 흐름 중 하나다. MXM 역시 이런 흐름에 올라탄 게임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제법 오래된 역사에 비해 IP를 통틀어 게이머들의 뇌리에 남을만한 캐릭터가 많지는 않은 것이 엔씨소프트의 현실이다. 과연 이러한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캐릭터 풀을 넓혀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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