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과 29일.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에서 다소 이색적인 행사가 진행됐다. 넥슨 유저들의 2차 창작물과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오프라인 행사인 '네코제X세종예술시장 소소'가 진행된 것이다.

넥슨 콘텐츠 축제의 앞 두 단어(Nexon Contents)를 따서 명명된 해당 행사는 이번이 두 번째 개최로 지난 2015년 12월 12일과 13일에 서울 강남역에 자리한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된 바 있다.

또한 넥슨은 이에 앞서 지스타 2015 현장에서 팬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 게임을 소재로 한 팬들의 다양한 2차 창작물을 전시하고 판매 및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팬들을 위해 게임사가 이벤트를 준비하는 방식의 행사가 기존에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네코제는 기존 행사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기존의 유저 간담회는 게임사가 그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 놓고, 유저들은 이를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형태에 그쳤다면, 네코제는 유저들이 콘텐츠를 준비해서 능동적으로 행사를 이끌어가는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다.

넥슨은 네코제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의 무게중심을 유저들에게 맞추고, 자신들은 뒤에서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넥슨 더놀자 밴드의 공연과, 자사의 일러스트, 조형물 등을 전시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이 행사의 부가적인 콘텐츠에 머물 뿐,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의 행사 구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덕후코드'를 띈 유저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놓고 즐길만한 자리에 갈증을 느끼고는 한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행사가 기존에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특정 기업이 전면에 나서서 판을 깔아주는 행사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즐기기를 원하는 유저의 목소리에 게임사가 반응하고, 이것이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게임이 다른 형태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들 중 가장 '덕후 코드'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던전앤파이터와 마비노기를 성공시키며 특유의 분위기가 갖추어지면서 '마니아 성향을 지닌 유저들은 콘솔 게임을 주로 즐긴다'는 국내 시장의 선입견이 희미해졌고, 이후 클로저스, 사이퍼즈 등의 게임으로 '덕후 코드'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찌보면 가장 '덕후'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게임사라고도 할 수 있다.

 

넥슨이 최근 실시한 자사 게임 유저 이벤트를 보면 성우 배틀, 코스프레 이벤트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넥슨의 행보가 드러난다. 꽤 긴 시간이 지나며 자사 게임의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즐거워하는지를 확실히 파악한 모습이다. 과연 네코제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 그리고 국내 유저 간담회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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