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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6.11.14 09:46 | 수정 2016.11.14 09:46
불안과 미신송재준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사장

안전을 하늘에 기원한 도심 굿판이 화제다. 불확실성을 마주한 인간은 확실성을 추구하게 되고 그 방법중 하나로 미신과 신비주의와 같은 운명이라는 비합리적 요소를 신봉하게 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21세기 현재에도 그렇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근로자들 또한 예나 지금이나 미신적 요소로 안전을 기원한다. 말리노브스키의 저서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에서는 트로브리안드 사람들의 미신적 행동을 소개한다. 트로브리안드 사람들은 비교적 잔잔한 석호에서 일할 때는 일반적인 고기 잡는 기술을 활용하지만 훨씬 더 위험한 대양으로 나갈 때는 공을 들인 마술적이고 미신적인 의례에 치중했다.

배와 사공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례는 우리나라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서해안의 옹진·연평도 지방에서 선주(船主)가 배와 사공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며 배연신굿을 지낸다. 불의의 사고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도 굿으로 바다신의 마음을 달랜다.

예로부터 집을 지을 때 목조건축물 골격에서 최상부 부재인 마룻대인 상량(上梁)을 올리는 날은 상량식을 했다. 인체의 척추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량을 올리는 것은 가장 어려운 단계를 마무리함이며 상량식은 이를 축하하는 뜻이다. 옛 조상들은 터를 정하는 성조택일부터 입주 때 성주풀이에 이르기까지 건축공사의 각 단계별로 각종 의례를 진행해왔으나 이는 모두 사라지고 현재 상량식만이 세월 따라 형식이 바뀌면서도 끈질기게 살아있다. 요즘 건축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많아 제일 높은 층의 슬래브를 칠 때 상량식을 치른다.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상량식을 했다.

미신에 기댄 안전기원 행위는 초자연적 현상에 인간의 운명을 맡기려는 의존적인 성격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의식은 사업주와 근로자간 소통을 위한 대화의 장치였다. 배연신굿을 통해 사업주(선주)는 근로자(어부)의 의견을 듣고, 배를 타는 사람들이 함께 춤추며 놀고 소통한다. 상량식 또한 힘들게 일한 근로자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사업주가 남은 일도 잘 부탁한다고 대접하는 자리이다. 공사관계자가 작업 현장을 방문하여 착공에서 완공에 이르는 계획을 중간 점검하는 의미도 있다.

고용노동부와 우리 경기지사도 지난 2월 관내 안전보건협의체와 함께 건설현장 사망재해 근절 결의와 무재해를 기원하는 안전기원제를 실시했다. 안전기원제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천지신명께 무재해를 기원하는 행사다. 향불을 점화하고 하늘과 지하와 물속까지 우리의 정성이 닫게 엎드려 절을 올렸다. 이 역시 고사라는 자리를 빌어 관내 안전협의체, 보건협의체 등이 모여 서로 얼굴을 익히고 산재예방을 다짐하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크다.

인간은 본디 자연 앞에서 연약한 존재였다. 우리의 육체적 조건은 야생 앞에서 가끔은 무력했고 현대 산업현장에서도 부상과 죽음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학적 합리주의와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초자연적 존재와 미신의 굴레에서 해방시켰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힘을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함과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돼지의 입에 돈을 물리며 안전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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