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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6.12.21 13:46 | 수정 2016.12.21 13:46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 ”고명석 서해해경안전본부장

지난 10월 9일 불법 중국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해경은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불법어선에 대해서는 공용화기 사격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어쩌다가 민간 어선에 소총도 아닌 공용화기까지 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 서해바다가 좁다 보니 양국에 있어 앞마당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15세기 명나라 정화의 원정을 제외하고 주로 대륙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

불법 중국 어선이 우리 바다에 들어온 지는 오래됐다. 그럼에도 서해를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중국과 별 다툼 없이 지내 왔다.

그러나 최근 산업화·근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중국 연안이 황폐해진 반면 생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우리나라 바다가 중국 어선의 무대로 변했다.

또 1994년 ‘UN해양법 협약’이 발효되면서 이전까지 무주물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던 바다가 주요한 소유권의 대상으로 변했다.

바야흐로 경쟁의 바다가 된 것이다.

필자의 관내에 새벽닭이 울면 중국에서도 들린다는 가거도가 있다. 그 서남단의 섬 주변 바다는 중국어선의 놀이터다.

아무리 둘러 봐도 대한민국 어선을 찾기는 힘들다. 바다 위에 우뚝 선 가거초 해상과학기지의 펄럭이는 태극기가 무색해 보일 정도다.

기상이 나빠 피항이라도 할라치면 가거도는 새까맣게 모여든 중국 어선으로 둘러싸인다. 과연 중국 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량 손실이 1조3000억원이라는 연구가 과장이 아닌 듯하다. 

필자도 해경함정을 타고 가거도 인근에서 불법 중국어선 단속을 지휘해 본 적이 있다.

낮에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선에서 눈치를 보던 중국 어선들이 밤이 되면 수백척씩 무리지어 경계선 안쪽으로 밀고 들어 왔다.

칠흑같은 밤바다를 어지럽게 수놓은 중국 어선 불빛 속으로 경비함정 한척이 이리저리 오가며 뒤쫓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기까지 했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이라는 말이 걸맞는 상황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삼지창을 빼닮은 쇠창살을 설치해 등선을 방해하거나 도끼, 낫,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는 모습은 해적을 연상케 한다.

많은 중국 어선이 처음부터 폭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검문에 협조적이었고 단속대원이 중국 선원에게 라면이나 담배를 건네주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수산물 가격 급등, 불법조업 담보금 상향 등과 함께 일부 폭력 저항이 성공하면서 타어선에 학습효과까지 생겼다. 중국어선 사이에 폭력이 일반화된 것이다.

출항 전부터 불법조업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다수 어선을 지휘해 집단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전 해역에 퍼졌다.

최근에는 산동성 석도나 요녕성 대련 등 중국어선 집결지에 등선 방해물을 설치해 주는 서비스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가히 전쟁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조업 형태는 변화했지만 이를 단속하는 우리의 방식은 제자리 걸음이다.

불법이 확인되면 정선을 명령하고 도주하는 중국 어선에 고속단정을 강제로 접안시켜 단속대원이 뛰어 올라 제압하는 방식이다.

몸과 몸이 부딪쳐야 문제가 해결되는 육탄전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상을 당한다. 

기원전 481년 벌어졌던 그리스와 페르시아간 살라미스 해전방식이 그랬다.

영화 ‘300’을 보면 이 해상 전투장면이 나온다. 당시 그리스 연합 해군은 뱃머리 부분에 충각이 부착돼 있는 삼단 노선을 이용해 페르시아 배를 옆에서 들이받고 병사들이 뛰어 올라 육탄전을 벌였다.

우리 중국 어선 단속과 비슷한 전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바다의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기원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중국 어선 단속방식을 지속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우리 해경의 무사 안녕만을 기도해야 하는 걸까?

무엇보다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우리 바다를 지키겠다는 정부 차원의 의지와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의지와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산지원을 통해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단속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전자기 펄스(EMP·electromagnetic pulse)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중국 어선의 전자기기만을 무력화시켜 정선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극렬한 폭력 저항에 맞서면서 등선해서 제압하는 현행 단속방식을 벗어나 신체적 접촉 없이 단속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중국 어선 단속임무만 수행하는 단속전용함정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중국 어선에 직접 계류가 용이한 튼튼한 재질의 중형 함정을 건조해 취약 해역에 집중 배치하는 것이다. 

이제 불법 중국 어선의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그렇지만 관심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의 성원에 더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

故 이청호 경위가 평소 버릇처럼 되뇌이던 절규가 새삼 가슴을 아려온다. 

“저 수평선을 넘어오는 외국 어선들을 보면 피가 끓습니다.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인천해경 함정부두 故 이청호 경위 흉상 글귀 중에서)”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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