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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7.10.25 10:57 | 수정 2017.10.25 10:57
타워크레인 ‘죽음 행렬’ 진짜 이유는박종국 시민안전센터 대표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5월 거제도 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에 이어 남양주 공사현장과 최근 의정부 공사현장에서도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를 두고 정부의 대책은 ‘20년 이상된 노후장비는 비파괴 검사를 도입하겠다’는 발표뿐이다.

최근 타워크레인 사고를 두고 모든 언론과 정부에서는 노후장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듯하지만 그것은 건설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잦은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해 1차적인 책임은 대형 건설사에 있다. 불과 20년전에는 대형 건설사에서 타워크레인을 직접 보유하고 조종원도 채용해 운영했지만 아웃소싱 및 외주화하면서 지금의 다단계형태의 시장이 난립하게 된 것이다.

또 장비에 대해 감독해야 할 정부도 민간에서 정기검사를 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 등이 근본적 문제다. 그렇다면 지금 현실적으로 과거로 되돌릴 수 있을까?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도심 속 흉기가 돼버린 타워크레인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 노후장비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지 노후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연이은 타워크레인 사고에 시민과 노동자의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크레인을 대체할 수단도 없어 ‘우리 현장 타워크레인은 과연 안전할까?’ 우려할 뿐이다. 점점 고층화, 대형화, 기계화되는 국내 건설현장 여건상 수백명의 몫을 담당하는 타워크레인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 크고 작은 타워크레인 사고가 빈번해진 것일까? 대략적인 타워크레인 업계 역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건설사들이 크레인 조종원을 직접 고용했고 장비 중기사업소도 직접 운영하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다. 당시에도 국내에 30여개 타워크레인 전문 임대업체가 있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보유하고 있던 장비들을 헐값에 떠넘겼다. 이후 수백개의 영세 장비임대업체들이 난립하게 된다. 여기에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으려는 꼼수도 있었다.

당시에도 빈번하게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하자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에서는 타워크레인을 단순 철구조물이 아닌 완성체 장비인 ‘건설기계’로 등록토록 해 국토교통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건설기계관리법 개정 청원운동을 벌였다. 당시 타워크레인이 미등록 장비 형태로 운영돼 유통질서가 투명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타워크레인은 지금의 건설기계 27개 기종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노동부가 안전보건공단에서 검사를 내주던 것을 국토교통부에 그 검사권한을 넘겨 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이다.

민간 검사대행업체들은 비현실적인 검사수수료를 핑계로 허술한 정기검사, 노후장비 짜깁기, 연식 속임 등 봐주기식 검사를 해댔다. 심지어 완성체 형태로 돼 있어야 검사를 할 수 있는데 미완성체 형태로 설치해도 검사를 내주는 것이다.

잇따른 사고에 대해 장비 임대사들은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저가의 임대료 문제를 꼽는다. 타워크레인은 지동차처럼 노후 부품 하나를 교환하더라도 수백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러니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부품 교환을 절대 안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장비를 수입하면서 아예 조종석을 떼어버리고 리모컨식 무인조종으로 개조해 수입한다. 이런 소형장비들은 소규모 공사현장에 집중돼 도심주택가 공사현장 주변 시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토부는 이런 장비를 누구나 20시간만 교육받으면 조종할 수 있도록 해버렸다.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또 타워크레인을 지자체에 등록을 할 때 서류 검토만 하고 제작증명서 심사를 하지 않아 15년된 중고 수입장비가 2017년 신형 장비로 둔갑하기도 한다. 자동차 등록보다 더 간단한 것이다. 게다가 타워크레인 장비 임대업체는 다단계 하도급구조다. 임대사업 별도, 설치·해체업 별도, 사후서비스 별도 등 철저한 하도급으로 이뤄진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 사업이다 보니 간단한 교육 이수만 하면 누구든 이 사업을 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대책은 이렇다. 첫째 건설사에 예속시켜 속도전 작업이 이뤄지지 않도록 발주단계부터 ‘분리발주제’를 도입하자. 둘째 허술한 민간검사를 규제하고 공공기관에 의한 정기검사 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저가의 장비 임대료에 의한 노후장비 문제를 예방키 위해 ‘표준임대차계약서’ 도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임대사들이 자연스럽게 설치·해체 작업자를 직접 고용하게 된다. 넷째 조종석을 없애 마지막 남은 안전장치를 해지하는 편법 구조변경 방지가 필요하다. 다섯째 건설현장 ‘전문신호수 자격제도’ 도입이다.

타워크레인 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모든 언론에서 노후장비문제를 꼽는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대형 건설사는 영세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에게 신형장비 입찰을 강요하게 된다.

국내에서 제작한 신형장비 원가 마진을 맞추려면 최소 5년이상 공사계약이 유지돼야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장비 신제품은 약 2억이면 되므로 수입산을 구입하게 된다. 더 나아가 중고품을 수입하면서 지자체에는 신형장비로 등록하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설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적정한 장비 임대료(최소 월 2000만원)를 확보해 줘야 조종원 관리 및 영세한 장비 임대업체들에게 신형장비를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건설사는 설치·해체작업을 하도급 주지 않고 직접 고용하는 장비 임대업체들을 우선 거래하는 관행을 정착시킨다면 안전이 상당히 확보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000여대의 타워크레인이 가동되고 있다. 언제든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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