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의 특징은 공포물과 유사합니다. 

이름 모를 장소에 홀로 남겨져, 추위, 배고픔, 목마름, 정체 모를 위협을 한정된 자원으로 극복해야 하고 사소한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죠. 무섭긴 해도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디고 자원을 획득하는 과정은 공포게임의 경외와 다른 쾌감을 전달합니다.

브레스엣지는 조금 다릅니다. 놀랄만한 틈을 주지 않죠. 방대한 우주가 펼쳐지는 순간에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도 유머를 쉴 새 없이 몰아칩니다. 러시아 개발사에서 제작한 게임은 크래프팅과 탐험을 반복하는 생존게임 플레이 패턴에 B급 감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사실 주인공의 상황은 여느 생존게임 못지않게 암울합니다. 할아버지의 관을 싣고 장례를 치르러 가던 도중, 정기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하면서 우주 미아 신세로 전락합니다. 주변 도구는 장례용 우주복, 물통, 영양죽, 담배 그리고 가문 대대로 내려온 죽지 않는 수탉 같은 잡동사니뿐이죠.

패턴은 기존 생존게임과 유사합니다. 재료를 모아 도구를 제작하고 더 귀중한 재료를 찾는 순환 구조죠. 게다가 오픈월드 규모도 좁은 편이고 자원은 한정되어 엔딩도 존재합니다. 무한정 플레이를 계속할 수 없죠. 

하지만 스토리, 주변의 배경, 유머코드는 서로 적절히 조합되어 기존 생존게임과 다른 감성을 드러냅니다. 오픈월드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널린 쓰레기로 미래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정기선은 어떤 부품으로 운용됐는지 조명하며 나름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날것에 가까운 블랙조크, B급 유머는 수준 높은 현지화에 힘입어, 게임의 재미를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적인 예시는 게임의 시작 지점부터 드러납니다. 파괴된 가스관을 껌으로 틀어막은 주인공에게 우주선 AI는 ‘조만간 당신은 죽을 거에요’라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합니다. 

현지화 수준은 자막뿐만 아니라, 오브젝트에 붙은 텍스트까지 한국어로 변환했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국내 유저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법한 유머도 한국식 인터넷 밈을 활용해 번역했습니다. 

생존게임과 유머코드 조합은 독특한 시너지로 나타납니다. 반복적인 파밍을 AI의 잡담과 재료에 얽힌 제작진의 유머코드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죠. 더 롱 다크, 서브나우티카, 더 포레스트처럼, 살아남기 위해 재료를 강박적으로 파밍하는 것과 다른 기대감이 게임 전반에 녹아있습니다. 

브레스엣지는 생존의 처절함과 무거움을 강조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작진이 자신들의 유머감각을 뽐내려고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합니다. 진입장벽도 높지 않습니다. 조작이 간단하고 관리해야할 수치도 많지 않으며, 채집해야할 자원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볼륨은 아쉽습니다. B급 유머코드는 재미를 주지만, 부족한 우주 기반 크래프팅 요소는 아쉬움을 느낄 법 합니다. 몇몇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 또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호불호는 나뉠 수 있지만 B급 유머코드와 블랙조크로 가득한 우주 테러 현장은 매력적인 이야기와 즐길거리로 가득합니다. 선택 하나로 삶과 죽음을 오가도 그 과정은 어둡지 않죠. ‘베어 그릴스’보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취향인 유저라면, 스스로 우주 방랑객이 되어 유유자적 플레이를 즐겨볼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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