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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2.11.14 15:46 | 수정 2012.11.14 15:46
이러다 큰일 난다
그래도 눈곱만큼은 양심이 붙어 있었나 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에서 10여 년이 넘게 미검증 짝퉁 부품을 사용해오다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들통이 난 것인데 그래도 방사능 누출과 같은 치명적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는 핵심부분은 피해갔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싶다. 원전은 온 국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경제성과 편의성, 그리고 국가적 차원의 안전보장 때문에 그나마 불안감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꾸준히 홍보를 하며 국민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서류위조 원전 짝퉁부품 사용’이란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니 놀라다 못해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생겼다. 우선 발표된 것만 해도 원전에 부품을 납품하는 8개 업체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60건을 위조했고 짝퉁 부품은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000만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더 캐면 또 무슨 사단이 딸려 나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 사건도 한수원 자체적으로 밝혀낸 것이 아니고 외부 제보로 꼬리가 잡힌 것이었다. 10년이란 세월은 말 그대로 강산도 변한다는 한 세대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원전이란 곳에서 그야말로 국민의 안전을 쥐처럼 갉아먹는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었다니 “이럴 수가… ”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원전의 안전에 원천적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한수원 외에도 관련기관으로 한국원자력기술원이나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있는데 이들의 검증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다들 침묵했다. 이 세상 모든 사물 가운데 신의 창작을 제외한 것들, 즉 사람이 만든 것들은 모두 볼트와 너트로 조립돼 있다. 우리도 우주 로켓 나로호를 발사하지만 이렇게 아주 정밀한 물건 하나 만드는데는 수많은 볼트와 너트, 즉 나사들이 들어간다. 그 수가 너무 많아 이 중 한 개쯤 어떻게 돼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만약 이랬다간 바로 그 때문에 엄청난 사고를 불러 일으킨다. 늘 엄청난 사건을 터트리는 것이 이 ‘나사 한 개’다. 예컨대 진짜 나사가 풀려서는 안될 것 중에 우주왕복선 같은 것들이 있다.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하면 그것으로 끝장이 날 수 있기에 거의 완벽이라는 결론이 나기 전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예전에 우주로 나갔다가 지구로 돌아오던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해 우주인 7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뒤 7개월간 조사 끝에 나온 보고서는 이 우주선 폭발사고는 기계결함보다 나사(NASA)의 나사가 풀린 인재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안전의식’의 나사가 풀렸기에 그 엄청난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불침선이라던 타이타닉호의 비극도 그렇다. 바다 위 그 어느 선박보다 완전하다고 자부하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것도 지금의 나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연결 못 리벳 한 개가 풀리면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 수많은 리벳들은 예견되는 충돌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기에 타이타닉은 침몰했다. 중요한 것들은 나사 하나가 풀림으로써  곧 종말로 이어지고 만다. 그래서 나사는 늘 점검하고 조여야 하며 조여져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곁에서 자주 들리는 소리가 있다. “나사가 빠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원전의 부품 사고는 풀린 나사가 한 둘이 아니다. 기계도 그렇고 시스템도 그렇고 사람도 그랬다. 10년에 걸친 일이라니 정말 이대로 좀 더 내버려 뒀더라면 어떤 사단이 벌어질지 모르는 아찔한 순간을 우리 모두가 맞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구름을 찍어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자 사람들이 재앙의 징조라며 술렁거렸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재앙을 걱정하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이번 원전의 쌓인 비리와 허점을 보고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원전은 사용 후의 핵연료 문제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중에 수백만 개의 부품이 쓰이고 있고 그래서 핵누출 같은 치명적인 사고라도 한번 났다 하면 이는 우주선의 추락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풀린 나사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도무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나 위기를 감지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안전의식이 실종된 것은 더더욱 큰일이다. 눈을 부릅뜨고 보면 사방에 조여야 할 나사들이 널려 있다. 우선 안전나사부터 조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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