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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3.02.05 17:38 | 수정 2013.02.05 17:38
안전과 보안의 상극관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사고는 새 대통령과 함께 예방문화시대를 열겠다는 안전인들에게 찬물 아닌 독물을 끼얹은 참으로 어이없는 불상사였다. 어찌하여 삼성이란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이를 두고 ‘믿는 도끼’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고는 지난달 28일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삼성전자는 만 하루가 넘도록 유관기관에 사고 신고조차 하지 않아 논란을 증폭시켰다. 보안이 안전을 우선한 탓에 자충수를 둔 셈이다. 그래서 삼성의 이런 삼성답지 않은 대형사고를 두고 사람들은 “어찌 이런 일이… ”라는 탄식을 내뱉는다. 이런 불산사고는 일어나지 않아야 마땅하다. 더욱이 삼성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났다니 세상에 누가 누굴 믿고 안전을 말할 수 있겠는가. 구미 불산사고가 터진 지 이제 불과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 악몽 같은 사고를 잊지 못하고 있는 판에 삼성전자 공장에서 같은 사고가 재현되다니 아직도 우리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뿐 아니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사전 안전조치가 부족한 부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신고를 늦게 해 사고은폐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은 분명히 그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것이 지난해 9월 27일이다. 늑장 대응으로 뒤늦게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사고 수습에 접어들었으나 인적·물적 피해가 계속 증가했다. 사고 원인은 일단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치 않은 산재로 드러났지만 사고 발생 후 관련 기관들도 재난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고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이 눈치를 보며 여유를 부리는 동안 쉽게 막을 수 있었던 사고는 엄청나게 커지고 말았다. 인재가 관재로 비화하면서 그야말로 재난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후진국형 사고의 전형을 펼쳐 보였다. 화학산업의 사고와 관련해서 7개 부처와 14개의 법률이 어울려 있지만 구미 불산누출사고에서 보았듯이 사전예방과 사후대책에 있어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기에 구미사고 이후 당국에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시스템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 결과는 구미 판박이 사고가 삼성전자로 옮겨져 발생한 것이 됐다. 구미 불산사고는 차라리 원인과 결과가 단순했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사고는 안전보다 보안에 힘쓴 대기업의 검은 그림자가 엿보인다. 이번 사고의 뉴스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화성공장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들도 ‘이것이 불산 사고인지 전혀 모르고 현장에서 사고 경위 조사를 하다가 뒤늦게 불산 누출로 작업자가 숨진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에 경찰은 불산사고 희생자를 단순한 변사자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의 불산사고는 안전매뉴얼이 적용되기 이전에 보안이 앞섰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정황이다. 대기업들의 관행으로 대형사고가 터졌다 하면 보안시스템부터 먼저 적용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불산이 무엇인가. 일반인들은 불산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나마 지난번 구미사고 이후 불산이 매우 위험한 유독물질이라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난 정도다. 불산 등 유해물질을 많이 취급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근로자와 주민보호를 위해 이에 관한 경고와 안내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 불산은 불화수소(HF)의 수용액이다. 무색의 자극성 액체로 공기 중에서 발연하며 유독성으로 피부나 점막에 강하게 침투한다. 표면 장력이 대단히 작아 침투력이 강하다. 때문에 항시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불산은 끓는점이 19.5도로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변한다. 그래서 불산이 액체로 누출이 되더라도 기온이 약 20도를 넘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기화된 가스가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가면 점액질에 포함된 물과 반응해 다시 불산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폐 조직을 괴사시키기 때문이다. 불산은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산업에서 다양하게 이용된다. 유리를 가공할 때, 테플론을 생산할 때 등 용도가 많아 산업단지에선 항시 접촉가능한 물질이다. 그러니 이를 취급하는 사람도, 그 이웃도 다 같이 주의를 해야 한다. 불산의 사용량이 많은 삼성 측은 당연히 그 사고예방 프로그램을 갖고 있겠지만 이번에 엄청난 실수를 했다. 큰 기업이라 사고보상책을 내놓겠지만 그 어떤 좋은 보상이라도 만족할 수는 없다. 피폭 근로자 등 피해 당사자들은 그 후유증을 우려해 항시 두려워 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힘써야 한다. 안전과 보안은 상극이다. 보안을 앞세우면 안전이 죽고 안전을 앞세우다 보면 보안에 구멍이 뚫린다. 그 하나를 앞세우라면 당연히 안전이 먼저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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