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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3.02.28 12:52 | 수정 2013.02.28 12:52
업무상 질병의 인정 확대
직업병(Occupational Disease)은 어떤 특정직업에 종사함으로써 근로조건이 원인이 돼 일어나는 질환을 말한다. 비슷하거나 같은 의미로 풀이되기도 하는 업무상 질병은 엄밀한 의미의 직업병은 아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업무에 기인되는 질병을 앓을 경우 이를 업무상 질병이라 하고 근로자재해보상보험에 의해 의료 및 생활보상을 받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업무에 기인해서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일반적으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명백한 질병을 열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범위를 현재보다 대폭 넓히고 구성체계도 근로자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 기준에 대해서는 의학계, 법원, 행정청과 국민 사이에 입장의 차이가 드러난다. 각 당사자의 역할,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법령상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확장시키는 것은 근로자의 보건향상과 인권보호를 위한 것이다. 이번 업무상 질병 인정범위 확대의 중요부분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직업성 암의 유해요인 14종을 추가하는 등 유해요인 35종을 더 보태는 것이다. 또한 호흡기계 질병의 유해요인도 대폭 확대하고 특히 ‘분진작업에 노출돼 발생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명문화해 진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부상재해를 입을 경우 그것은 상처의 치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것이 따라 붙는다. 외상적 사건의 반복적인 재경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의식 속에 반복해서 외상과 관련된 생각, 이미지, 느낌, 기억이 살아나서 고통스러워진다. 그 고통은 호흡곤란, 혈압상승, 심계항진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자신이 죽거나 미쳐버릴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힌다고 당사자들은 호소한다. 쉽게 말하면 ‘자라에 물린 사람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의 경우와 같다. 예컨대 부상으로 후송된 베트남 참전 용사가 타자기 소리만 들어도 헬기 소리라며 책상 밑으로 숨어드는 현상이나 다름없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악화되거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업무와 발병의 연관성이 확인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인정기준에 포함해 새로운 유형의 업무상 질병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고무적일 수 있다. 근골격계 질병도 연령에 따른 자연경과적인 변화가 신체부담업무로 인해 더욱 빨라진 경우에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토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아울러 인정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유해물질 및 질병이라도 개별적 업무 관련성 평가를 통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포괄조항)을 마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그 분류방식도 개편한다. 산재보험법 시행령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의 분류방식을 현행 유해요인별 체계에서 질병계통별로 개편해 재해 근로자와 담당의사 등 업무 관련자가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LO방식을 충분히 고려해서 고칠 방침이라 한다. 만성과로는 재해의 주범이다.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에 만성과로 인정기준이 규정돼 있지만 여기에 업무시간 개념을 도입해 판정의 객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업무시간이 12주간 주당평균 60시간(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강하다’는 점을 참작해서 만성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비록 업무시간이 60시간에 미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증가하며 야간근무는 주간근무보다 더 많은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정황을 배려한다. 이렇게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넓혀 개선하는 데는 ‘삼성반도체 백혈병사건’의 영향력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은 그 소재가 영화화될 만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컸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을 비롯한 암 피해자가 100명에 육박할 것 같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기업 측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분명한 인정기준이 필요하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한햇동안 노사단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치면서 재해와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를 펼쳤다. 관련 담당자의 말은 이렇다. ‘새로운 유해요인을 대폭 보완하고 분류체계를 근로자 중심으로 개편하면 업무상 질병 인정제도가 한단계 더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해근로자가 산재를 인정받기까지는 절차가 까다롭고 길다. 고용노동부의 말대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진단 및 판정기준을 정립할 수 있다면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당국의 노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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