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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3.04.04 14:42 | 수정 2013.04.04 14:42
손나팔과 사각지대
정부가 지난해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내놓고 전국적인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다고 했었다. 말하자면 학교폭력과의 한판을 선언한 것인데 결과는 별 것이 없었다. 이번 새 정부는 학교폭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4대악의 척결을 다짐했다. 우선 그 책임부서가 안전행정부다. 그러나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표류하는 동안 안전행정부는 여전히 옛 행정안전부로 가동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새 장관이 임명됐으나 안전행정부 장관인지 행정안전부 장관인지 모르겠다. 최근 학교폭력을 잡겠다고 어른들이 큰 소리만 치고 있는 동안 또 다시 한 죄없는 고1 학생의 한스런 죽음이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최모 군이 투신자살하면서 남긴 유서에는 중학교 때 물리적 폭력, 금품 갈취, 언어폭력을 당했다며 가해자의 이름을 써 놓았다. 이 학생이 다녔던 중학교는 지난해 2월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필통(必通) 톡(Talk)’ 토크쇼를 시작한 곳이다. 학교폭력 예방 모범학교로 선정돼 장관까지 찾아갔던 학교가 이 모양이라면 다른 학교들은 어떨까.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 군은 “지금처럼 해서는 학교폭력을 못 잡아낸다”며 폐쇄회로, 즉 CCTV의 사각지대를 고발했다. 최 군이 다닌 중학교에는 19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다. CCTV라도 제대로 돼 있었다면 그는 죽음을 택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란 항변이기도 했다. 학교에는 교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며 저마다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학교의 CCTV로는 실제로 사람의 얼굴조차 확인할 수 없다. 제대로의 성능을 가진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가 형식에 불과한 것들이다. 이런 정황을 파악한 감사원이 지난해 학교의 CCTV 성능을 개선하라고 교육부에 통보했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돈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아예 CCTV 관련 예산을 삭감한 교육청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예전엔 주요 도로변에 ‘마경장’이란 것이 설치돼 있었다. 마경장은 ‘마네킹 경장’의 준말로 경장은 경찰의 계급이다. 길에 교통단속 경찰의 마네킹을 세워놓으면 운전자들이 이를 보고 진짜 경찰인줄 알고 과속 중의 속도를 줄이거나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벌인 사업이다. 그 마경장들은 사라지고 지금 CCTV로 모두 교체됐다. 하지만 이 CCTV도 형식적이며 멍텅구리이기는 마경장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것들이 많다. CCTV가 분명히 범죄예방 등에 매우 효율적인 것임에도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그 성능이 나쁜데다 실제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마경장처럼 형식적으로 설치해 놓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CCTV는 그 설치 대수를 갖고 효과를 따지는 것은 무리다. 교육청 현황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별도의 설치대 없이 기존 건물이나 외벽, 나무 등 부적절한 위치에 CCTV를 설치해 정확한 사물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장애물을 피하지 않은 탓이다. 지금은 HD고화질 시대이고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도 대부분 해상도 800만 화소에 이르는데 방범용 CCTV는 대부분 화질이 극히 낮은 50만 화소 이하인데다 적외선 기능도 없어 야간촬영은 더  어렵다. 지난 2011년 12월에도 대구의 한 중학생이 말로 옮기기에도 끔찍한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해 충격을 안겼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서면서 관계 부처를 총동원해 폭력조직인 일진을 소탕하고, 가해학생은 강제 전학시키며, 폭력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발표한 것이 지난해 2월이었다. 그런데 그 대책의 연장선에 이번 최 군의 비극이 이어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학교폭력 대책도 일회성에 그치고 만 것인가. 물론 CCTV를 늘리고 화질을 개선한다고 해서 반드시 학교폭력이 근절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학교폭력은 여간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숨은 폭력으로 확장됐다. 그래서 이번에 대통령까지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폭력을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할 것이라 했다. 지금같은 학교폭력이 존재하는 한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행복도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없다. 학교폭력이 아이들의 생명을 계속 앗아가는 상황에서 무슨 미래창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형식과 손나팔만으론 사각지대가 제거되지 않는다. 꺼진 불도 다시 보듯 폭력의 사각지대를 추적하라. 정부는 대책만 발표하지 말고 국민과 함께 하는 실천의 실체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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